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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과 SAP가 다투는 법정에 HP 최고경영자(CEO)가 선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가 주연을 맡은 실리콘밸리 법정 드라마에 레오 아포테커 HP CEO가 등장한다. 아포테커가 HP에 합류하기 전에 SAP의 CEO였기 때문이다. 엘리슨 쪽은 “아포테커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고객 서비스 웹사이트로부터 컴퓨팅 파일을 부적절하게 내려 받아 손해를 끼친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지방법원이 오라클과 SAP 간 소송 절차를 시작했다. 오라클 쪽은 “SAP의 부도덕적인 소프트웨어 파일 빼가기로 말미암아 최소 23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 최대 경쟁자인 SAP를 법정에 끌어내려고 2년 6개월이나 날을 벼린 것으로 전해졌다. “SAP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훔쳤고, 염가에 기술을 재판매했다”는 게 법정에 탄원한 이유다.
1일 시작된 첫 소송 절차부터 법정에 찬바람이 감돌았다. 오라클 최고위 임원 가운데 하나지만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사프라 카츠 사장까지 법정 관람석에 나와 배심원 선발과정을 지켜보았다. SAP 최고경영자(CEO)인 빌 맥더모트도 2일(현지시각) 법정에 나갈 예정인 등 두 회사가 격돌할 태세다.
SAP쪽 변호사인 밥 미텔스테트는 1일 “몇몇 배심원 후보가 독일계 회사(SAP)에 불공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오라클쪽 법정대리인 제프리 하워드도 “몇몇 배심원 후보가 래리 엘리슨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밝힌 것에 대해 염려”하는 등 초반부터 신경전이 대단하다.
HP에도 불똥이 튀었다. 엘리슨이 SAP의 옛 CEO이자 올 9월 HP의 새 CEO에 내정된 “레오 아포테커가 이번 소송 관련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HP가 아포테커를 방어하기 위해 팔을 걷은 가운데 HP와 오라클이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우 밀접한 사업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는 게 이채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가 삐걱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초 HP가 마크 허드를 해고하면서부터. 마크 허드는 래리 엘리슨의 절친한 옛 동료이자 친구였고, 엘리슨이 허드를 추방한 HP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당시 HP CEO였던 마크 허드는 하청업체의 여성 임원과 맺은 부적절한 관계를 감추기 위해 지출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아 해고됐다.
엘리슨은 곧바로 허드를 오라클 CEO로 뽑았다. HP는 이에 대응하려는 듯 오라클의 경쟁사에서 CEO로 일했던 아포테커를 영입하기로 했고, 엘리슨은 이를 맹렬히 비난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에 극적으로 동맹 관계가 깨진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MIT매니지먼트슬론스쿨의 하워드 앤더슨은 “(오라클 · SAP · HP CEO를 둘러싼 갈등 관계가) 매우 개인적인 데다 (싸움을) 멈추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라클이 요구하는 배상금이) 2억5000만달러든 10억달러든 문제가 될 게 아니다. 이번 소송전은 돈에 얽혀 있지 않다”며 두 회사 CEO 간 자존심 다툼에 무게를 뒀다.
오라클은 앞으로 SAP의 옛 CEO인 헤닝 카거만과 현 CEO인 빌 맥더모트까지 법정에 불러낼 계획이다. 확전을 거듭하는 실리콘밸리 법정 드라마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세계 IT업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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