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체 이법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 방안은 방송업계와 정치권의 핫 이슈였다.
하지만 여야 합의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려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다보니 차츰 미디어렙 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상반기에는 6 · 2지방선거까지 진행하면서, 선거와 가장 밀접한 지역방송사 입장을 다뤄야 하는 미디어렙법안은 외면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법을 대신한 방통위 권고 체제에서도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었던 방송사들은 기존 체제를 이용함으로서 특별한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다. KBS와 MBC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와 계약을 맺었으며, SBS도 계약 체결은 하지 않았지만 광고에 대해서는 기존 체제대로 코바코에 의뢰하는 형태가 지속됐다.
당장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법 제정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음으로 인해 언제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계속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방송 소송사건으로 방송광고 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모아졌다. 게다가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직접 영업으로 인한 시장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회는 다시 미디어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문방위는 이번 회기에 미디어렙 관련 법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황인데다 문방위에 계류된 법안만 300여 건에 달해 여전히 법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만큼 지난 4월 압축한 13개 쟁점에서 폭을 좁혀 큰 그림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제시된 안은 5명의 의원안과 정부안 등 6개 법안으로, 쟁점은 크게 △민영미디어렙의 개수 △지분구조 △취약매체 지원 △업무 영역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큰 쟁점 사항은 민영미디어렙 수다. 6개 법안은 1공영 1민영과 1공영 다민영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과도한 영업으로 인한 시장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경쟁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합의점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1공영 1민영을 주장하는 측은 과도기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1공영 다민영 제도에서도 허가제가 기본인 만큼 과도한 영업과 경쟁을 통제할 만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광고판매대행 독점의 헌법 불합치 판결시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허가제와 가격상한제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보다는 미디어렙 도입으로 인한 혼란부터 막을 수 잇도록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은 중소방송사를 비롯한 취약매체 로, 민영미디어렙이 설립되기 전까지 과도기상태에서의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 매체 끼워팔기가 아닌 같은 매체의 방송광고의 끼워팔기 등 경쟁을 오히려 헤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견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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