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회사원 박성용 씨(34ㆍ가명)는 공모주 투자에서 쓰라린 기억이 있다. 올 2월 신규 상장한 휴대폰 인증서 보관 서비스 업체 인포바인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것. "공모주가 유망하다는 얘기를 듣고 청약에 참여했는데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급락했죠. 20% 이상 손해를 보고 손절매하고 말았습니다."
인포바인 공모가는 3만3000원이었으나 21일 주가는 1만6700원으로 공모가 대비 49.39% 폭락한 상태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증권사들의 공모가 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2007년 7월부터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간 증권사가 공모주를 되사주도록 하는 `풋백옵션` 제도가 폐지되면서 공모가 거품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2005년부터 올 5월까지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336개사를 대상으로 상장 후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7년 7월 기업공개(IPO) 제도 변경 이후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2007년 6월 이전 상장한 149개 종목 중 12.08%(18개)가 상장된 지 1주일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제도 변경 이후(2007년 7월 이후) 상장된 187개 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42.2%(79개)가 상장 1주일 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특히 최근 공모주 청약 때 20조원 가까운 거액을 끌어모았던 삼성생명조차 지난달 상장 후 26거래일 중 주가가 공모가(11만원)를 웃돈 날은 단 사흘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공모가가 다소 부풀려진 이면엔 실적에 대한 부정확한 예측이 자리잡고 있다"며 "실적 거품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 용어설명 >
IPO(기업공개ㆍInitial Public Offering):기업을 설립한 이후 주식시장 상장 등의 방법을 통해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이를 매도하는 업무를 가리킨다.
[매일경제 기획취재팀=남기현 기자 / 이한나 기자 / 문수인 기자 / 이소아 기자 /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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