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앤아이엔 대표이사 박흥식 knin@hanmail.net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얼마나 빨리 우리 한국의 기업생태계가 변화해 왔는지 잘 아는 터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기업도 생명체라 생태계에서 경쟁자의 공격에 견뎌내려면 부단히 몸집을 키우고 커진 만큼 건강관리를 잘하고 머리에 지식을 쌓아 두어야 한다.
더군다나 머물고 있는 생태계가 바뀌게 될 때 제대로 변신하지 않으면 이내 도태되고 말 것이다. 포드의 대량생산, TV의 보급,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이동통신 등이 가져온 변화는 경제 생태계를 ‘x-y-z’로 바꿔 놓았다. 삶의 방식마저 바꾼 이 변화는 거의 20~30년마다 한 번 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업하는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기업을 분류하고 비교하게 된다. 그 기업의 역량들을 x,y,z 축으로 나누고 역량들을 연결해 만든 도형이 좌표계에서 어떤 형태고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는 내가 알고 있는 기업과 비교하는 식이다.
X축은 성장력이다. 복제를 잘하는 특성을 가지며 영업, 생산을 기반으로 크기를 키워 시장에서 우위를 만든다. 경쟁에 강하고 규모와 시설투자에 관심이 많다.
y축은 수익력이다. 관리가 뛰어난 기업이다. 이익에 너무 민감하다고 욕도 먹지만 오래갈 수 있는 기업이다. z축은 창의력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내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처럼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에선 아이디어, 비전에도 얘기할 꺼리가 많다.
지속가능 기업이 되려면 이러한 세가지 방향 축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세 방향으로 모두 잘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xy면에 치중하면 현재 경쟁환경에서는 견디겠지만 z가 강한 기업이 시장의 균형을 깨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 그간 어렵게 만든 점유율과 수익성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xz면에 힘을 기울이는 기업은 신제품 덕택으로 단기간에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y축을 잘하는 능력이 없으면 관리가 뛰어난 후발기업의 가격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yz면에 관심이 많은 기업은 실력은 있어 보이지만 제품 판매가 크지 않아 큰 돈을 벌지 못하고 결국에는 애만 쓰다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기업의 생존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살고 있는 생태계에서 XYZ의 능력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합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어 내느냐다. 나머지는 만들어낸 건강한 몸으로 지난 20년 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지 모를 또 다른 축의 변화에 어떻게 예민하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xy를 잘 키워왔다. 비록 우리의 몸은 작지만 부실한 큰 몸으로 뒤뚱거리고 있는 다른 나라를 보면 다행스럽기도 하다. 10년쯤 후면 우리의 자동차가 도요다를 이길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려운 xy를 외면하고 쉽게 z만 높이려는 사람들보다 애써서 힘들게 기초체력을 다져 왔기 때문이다.
소니를 제친 삼성, LG도 아이폰 열풍을 xyz의 입체 공간에서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더 탄탄하고 강한 몸을 만들어야 하고 새롭게 다가올 생태계에서 우리의 존재를 더 확실히 그려 나아가야 할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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