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7년을 기다려 왔다.
과거 수십 년간 통신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KT가 SK텔레콤에 `왕좌`를 내준 지 7년이 지났다.
2003년 5월 이후 지금까지 KT 시가총액은 단 한 번도 SK텔레콤을 따라잡지 못했다.
좀처럼 반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던 KT가 지난해 6월 KTF와 합병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무선의 힘을 확보한 KT가 애플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맹렬한 추격전이 시작됐다. 증권가에선 KT의 `왕좌` 탈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KT-KTF 합병 1년ㆍㆍㆍ통신 제왕 귀환 준비
= 그동안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해 왔다. KT와 KTF가 합병한 지난해 6월 이전에도 SK텔레콤 시가총액은 KT와 KTF를 합친 것보다 최근 수년간 높았다.
합병한 이후엔 차이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지난해 말 두 회사 시가총액은 무려 3조원 이상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안돼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14일 현재 SK텔레콤 시가총액은 13조6460억원으로, 12조6120억원인 KT와 1조340억원 차이로 좁혀졌다. 단 6개월여 만에 시가총액 차이가 2조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전날엔 두 회사 차이가 8000억원대로 줄기도 했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을 KT가 계속 파고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성장성 측면에서 KT가 훨씬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적어도 올해 안에 KT 시가총액이 SK텔레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영환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장으로 유무선 통합이 본격화하면서 와이파이 등 KT의 통신망 부문 우위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6000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통해 인건비 등 고질적인 비용 부담을 털어낸 것도 펀더멘털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천 연구원은 "이 같은 펀더멘털 개선에다 아이폰과 데이터통신 등 제품 경쟁력마저 SK텔레콤과 비등해진 상태로 접어들면서 KT 주가는 충분한 상승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SK텔레콤 주가는 당분간 중립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수급 상황도 KT에 우호적이다. 최근 조정된 코스피200 유동 비율에서 KT 비중이 올라감에 따라 기관들도 KT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6월 들어 KT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 KT의 추월은 IT업계 일대 사건
= KT가 SK텔레콤을 추월한다면 IT업계에서도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8년 상장 후 강력한 성장세를 앞세워 통신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SK텔레콤의 `12년 독주시대`가 막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공룡의 싸움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애플 효과가 한국에서도 증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KTF와 합병한 후 특별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아이폰 도입으로 가입자 증가와 주가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며 "KT 시가총액이 SK텔레콤을 따라잡는 것은 미국 증시에서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한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폰에 흔들린 SK텔레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손잡은 갤럭시S,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등 명품 스마트폰 출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신제품인 아이폰4(KT)와 갤럭시S(SK텔레콤)의 판매 성과에 따라 두 회사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둘러싼 두 회사 간 경쟁이 하반기에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14일 KT 주가는 전날보다 450원(0.92%) 떨어진 4만8300원에 마감했고, SK텔레콤은 500원(0.30%) 오른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 손재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많이 본 뉴스
-
1
법인 가상자산 투자 풀린다…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 허용
-
2
토스, 커머스 인재 대거 흡수…쇼핑·페이 확장
-
3
영풍, 지난해 '역대 최악 실적'…순손실 2633억
-
4
[데스크라인]법인 가상자산 투자, 혁신 기회가 되려면
-
5
골드바 품귀현상까지 부른 금값 상승, 金 ETF·실버바 강세로 번졌다
-
6
보조배터리·전자담배 기내 선반 보관 금지…초과 반입시 별도 승인 거쳐야
-
7
충남연구원, 2025년도 정책연구 본격 추진…전략과제 35건 최종 선정
-
8
한화손보, 글로벌 부품·반도체사와 연이어 사이버보험 '단독계약' 돌풍
-
9
유니온커뮤니티 日 NEC에 ODM 공급… 일본 수출 핵심 채널 확보
-
10
[ET라씨로] 코리아써키트, 영업익 흑자전환 기대감에 주가 22%↑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