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개도국 친한파(親韓派) IT인 총동창회’를 꿈꾸며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경제를 이끈 미국을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컬럼을 통해 “밀레니엄의 문을 연 이후 10년은 ‘빅 제로(Big Zero)’였다”고 혹평했다. 희망과 기대를 갖고 출발했지만 일자리든 가계소득이든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참 행복하다. IT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이 닳도록 자찬한 IT수출 통계나 GDP내 IT비중 등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IT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앞세워 품에 안은 세계인들은 분명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IT를 등에 업고 세계인을 만났다. 개발도상국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펼친 ‘IT 전문가 초청연수프로그램(KOIL)’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3년 이후 ‘국제 정보격차해소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300∼400여명을 초청해 전자정부와 모바일 등 다양한 과정으로 교육했다. 졸업생 모두 고위 또는 중간관리 공무원과 전문기술직 종사자 등 엘리트다. 최소한 IT 분야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영향력이 더 커질 인사’들이다. 무엇보다 지한파(知韓派)다. 친한파(親韓派)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IT강국이라는 지위에 걸맞는 역할을 하겠다며 출발한 사업이지만, 접근방식에 따라 국가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공공 서포터스’ 역할을 수행하고도 남는다. 계량화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국부(國富)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단지 우리는 ‘불러와 교육하는 일’이 아닌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한민족 정보화 지원단’, ‘한국 유엔IT봉사단’ 등 IT봉사활동으로 ‘나가서 나누는 일’에도 힘을 쏟았다.

한국 IT를 만난 개도국 엘리트들은 ‘한국 넘버원, 한국IT 넘버원’을 외쳤다. 가진 것을 베푸는 시혜자로서 ‘주는 모양’이 아닌, 함께 할 때 더욱 행복한 ‘나누는 모양’으로 비쳐지도록 살가운 자세로 애쓴 결과다. 돌아보면, 힘겹게 세운 정보통신이라는 자산을 기반으로 알토란처럼 만들어 가꾼, 또 다른 소중한 자산이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화한 근거로 내세우는 달러와 비교할 수 없다. 속 깊고 품격있는 나눔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이미 글로벌사회 리더로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개도국 친한파 IT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봄직하다. ‘코리아 IT 아카데미 총동창회’라고 이름 붙여도 좋겠다. 우리의 자산을 확인하고 세어보자는 얘기가 아니다. 잠재국부(潛在國富)를 구체적이고 정형화 한 모습으로 그려내자는 것이다.

공자는 ‘인(仁)’이란 ‘자신이 서고자 할 때 남부터 서게 하고, 자신이 뜻을 이루고 싶을 때 남부터 뜻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다른 사람의 목적을 위해 도울 때 비로소 격(格)이 세워진다는 의미이다. 함께 하려고 손을 내민 사람 곁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국격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정보통신을 앞세워 실천한 ‘인’과, 이를 통해 일궈낸 ‘격’을 생각해 볼 일이다.  

손연기 객원논설위원·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ygson1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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