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등 터지는` 과학기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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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부가 최근 R&D전략기획단을 앞세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R&D체제 개편에 시동을 걸면서 관련 부처 및 해당 기관의 속내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전략기획단과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 간 힘겨루기로 인해 애꿎게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구회 ‘등’만 터친다는 얘기도 나돈다. 정부와 연구회, 출연연의 문제에 정부 산하조직, 자문조직, 용역업체 등이 서로 뒤섞여 꼬인 형국이다.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자문기구다. 출연연의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한시 조직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위원장을 맡았다. 윤 위원장이 “형식적인 일만 한다면 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 일을 시켜려면 실질적인 권한까지 달라”는 말을 던져놓고 나섰다는 설도 돌았다.

최근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 측은 현행 국가과학기술위원회체제를 헤드쿼터로 실질적인 인사, 조직, 예산 등의 권한을 가진 (가칭)국가과학기술개발위원회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단장으로 한 R&D 전략기획단이 지식경제부 산하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지식경제 R&D 예산편성 방향제시와 예산안 심의, R&D 포트폴리오 조정, R&D 프로그램 평가 및 구조조정이 미션이다.

ADL이 산업기술연구회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출연연의 발전 방안은 말 그대로 ‘참고용’이었냐는 힐난도 들린다. ADL이 지경부 요구를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보고서가 절름발이 형태가 됐다느니, 출연연별로 ADL에 제공한 자료 항목은 무려 70여 가지에 이르고,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 R&D현황과 수준, 그리고 무슨 과제를 하는지를 손금보듯 봐서야 되느냐는 말까지 엇갈린다.

출연연은 지경부 의지대로 ‘쌈빡’한 정리가 잘 안된다. 구분도 쉽지 않다. 당장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구기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주무부처도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다양하다.

이 때문에 항상 개혁의 발이 느리다는 질타를 달고 사는 기초기술연구회는 아예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지경부를 뒤따라 가자니 모양새가 우습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앞질러 갈 상황도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까칠한 시각도 있다. 체제개편의 핵심인 예산권을 내줄리도 없거니와 출연연 구조개편에 따른 추가 예산 지원에도 난색을 보였다. 기재부는 기재부대로 구조개편을 이유로 연구회를 앞세워 임금, 조직, 인사, 복지 등을 전수조사 하는 등 출연연을 ‘들볶고’ 있다.

이래저래 연구회는 연구회대로, 출연연은 출연연대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점점 베일을 벗어가는 출연연 구조개편이 단순이 경제적인 논리를 떠나 진정 국가를 위해 발전적으로 진화하는 조직체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한다. 이 참에 줄 것은 빨리 주고, 털어낸 뒤 새롭게 시작하자는 출연연 일각의 주장도 있다. 시달리는데 지쳤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모두가 과학기술계 컨트롤 타워가 부실한 탓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