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T와 패션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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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패션과 IT는 가장 연관성이 떨어지는 상반된 분야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먼저 패션업계 종사자 상당수는 IT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 종사자가 스마트폰 등 최신 기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IT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IT 업계 종사자, 특히 엔지니어는 패션에 무관심한 대표 그룹으로 손꼽힌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평소 모습을 보면 IT 업계 사람들은 패션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도 무리는 아니다.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나는 작년부터 본사와 대리점까지 아우르는 전사 자원 관리(ERP)를 개선하면서 IT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에는 역시 IT 문외한 중 한 명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ERP 업그레이드를 결정했고, 다행히 새로운 ERP 성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초기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ERP 업그레이드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사내외에서 접한 후 IT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났다. IT 솔루션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내용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의외로 패션업계와 IT 업계가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은 두 업계 모두 새로운 유행을 창출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IT 산업은 유행이나 흐름과는 무관한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IT 업계 역시 자신들의 제품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트렌드를 찾아내고, 그 트렌드를 자신의 마케팅 자산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기 위한 패션업체들의 노력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패션 업체는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내는 데 좀 더 주력하는 반면에 IT 업체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패션업계에서는 이번 시즌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에 IT 업계에서는 미래 트렌드를 반영한 기술과 제품들을 소개하는 데 좀 더 주력하는 것 같다.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얼핏 보기에는 대동소이한 제품이지만 각 업체는 자신의 제품이 얼마나 차별화된 제품인지, 최신 트렌드를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 상세한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설명하는 노력들은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들이다. IT업계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패션업계는 디자인 자체로 한눈에 비교가 되기 때문인지 좀 덜하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업계 모두 개선해야 할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전문 용어를 너무 남발하는 점이다. 고객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보다 뭔가 새롭게 보이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공통으로 있는 것 같다. 패션업계에서는 정확한 느낌과 미세한 차이점을 전달하기 위해 일정 수준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아마 IT산업 역시 전문용어를 찾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안경화 모아베이비 대표 ilovem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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