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약세 덕에 인건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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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따라 슬로바키아·폴란드에 동반 진출한 LCD모듈 부품·소재 협력사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한때 환율 상승에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유럽 현지 공장 가동률이 주춤하기도 했으나 유로화 약세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원화대비 유로화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유럽 현지에 진출한 부품·소재 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약 30% 정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지난해 3월 2일 장중 한때 2001원17전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줄곧 약세를 보이다 이달들어 1400원대까지 진입했다. 불과 1년 만에 600원 가까이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이에 따라 유로화로 인건비를 지불하는 슬로바카이·폴란드 진출 업체들은 특별히 임금 조정을 하지 않고도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특히 후공정에 속하는 LCD모듈 라인은 LCD패널에 백라이트유닛(BLU) 등 각종 부품소재를 조립하고, 완제품 품질을 검사하는 등 수작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인건비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슬로바키아 트리나바시에는 삼성전자를 따라 한솔LCD·신화인터텍·동우화인켐·파인디앤씨 등 총 7개 업체가 진출했다.

 폴란드는 유로화보다 즈워티화를 더 많이 사용하지만 정부가 지난 9일 즈워티화를 유로화 대비 1.2% 평가절하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더욱 낮아졌다.

 LG디스플레이가 2007년 양산 가동한 폴란드 브로츠와프 모듈 공장에는 LG화학·LG이노텍·희성전자 등 5개 업체가 밀집했다. 여기에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던 현지 실질실업률이 지난 2008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 이후 조금 높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인력난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진 실업률은 근로자들의 근무 태도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작용했다.

 슬로바키아 트리나바시는 인근에 엔트워프 항구가 위치, 유럽 대형 소비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요충지로 각광받았다. 삼성전자 외에도 기아자동차·푸조 등 세계적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즐비해 신규인력을 채용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삼성전자와 동반 진출한 업체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력난·인건비 이중고가 겹치면서 유럽 공장은 소비시장에 근접하다는 점 외에 메리트(이점)가 상실되기까지 했다”며 “현 환율이 유지된다면 다시 유럽 전진기지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