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자이지폰의 천국 화창베이]<중>회사는 어떻게 탄생되고, 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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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화창베이 시장에서 한 외국 소비자가 멀티터치가 가능한 중국산 휴대폰을 사용해보고 있다.

 ‘디자인 하우스에서 시작해 로컬 브랜드로 진화하는 샨자이지’.

 OPPO·BBK·지오니·K터치·아홍은 자체 브랜드를 가진 중국 로컬 휴대폰 업체 ‘빅 5’로 불린다. 이들은 중국 소비자에게 친근함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빅5 중 일부 기업은 샨자이지부터 시작해 브랜드 기업으로 거듭나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지금도 수 많은 샨자이지 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를 꿈꾸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신흥시장으로 샨자이지 제품이 점점 더 많이 흘러들어 가면서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샨자이지의 ‘요람’ 디자인 하우스=300여개에 달하는 주요 샨자이지 업체들 중 대부분은 디자인 하우스부터 시작해 성장했다. 디자인 하우스는 휴대폰 주기판에 칩·안테나·카메라모듈 등 부품들을 배열해 설계도를 만들고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회사다. 사장을 포함한 5명 내외의 엔지니어들이 주축이며, 보통 프로젝트당 10만달러 내외를 받는다. 수백, 수천에 달하는 디자인 하우스 중 종합 샨자이지 업체로 변신하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만큼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하우스를 통해 자본을 축적한 기업들은 제조라인을 설립 또는 인수해 전방산업인 제조 공정까지 관여한다.

 이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연구개발과 관리 시스템이 구축된다. 디자인 하우스 단계에는 도면 작성과 튜닝 업무만 하지만, 제조 라인을 갖추면 공정 및 양산에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화창베이 시장 한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펙에 맞춰 휴대폰을 조립해주는 상점들이 많다. 이들이 바로 디자인 하우스 단계에서 제조 단계로 막 진입한 업체들이다. 이 과정에서 고정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망하는 업체도 많다.

 화창베이 시장에서 맞춤형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친 샤오첸(34)은 “독특한 기능을 갖추거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샨자이지 제품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샨자이지 ‘브랜드’를 탐내다=월 200만개 제조 수준으로 성장한 샨자이지는 더 이상 샨자이지가 아니다. 자본과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이상 확보하면서 보통 제조회사와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샨자이지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시기다. 이 단계에서 많은 샨자이지 업체가 브랜드 기업으로 거듭난다. 로컬 기업 빅5 중 하나인 지오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월 50만∼100만대 제조 수준까지는 ‘주먹구구식’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공급망이 필요해진다. 월 50만대 이하의 제조 규모에서는 화창베이 시장 등을 통해 부품 조달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 규모에서는 공식적인 유통망으로 부품업체와 직접 거래해야 한다. 세금 회피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부품 시장 수급에 따른 변동성도 커진다.

 브랜드를 확보한 중국 로컬 업체는 해외 시장 공략을 시작하면서 노키아 등 저가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한다. 중국 업체들이 인도·동남아·아프리카 등 GSM 계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면서 노키아는 물론 삼성까지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샨자이지 회사 6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에 공장을 세우기도 하는 등 샨자이지 업체들의 양성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도 물밑에서 샨자이지 업계를 지원하고 있어 향후 저가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중국)=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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