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에 이어 농협 입찰에서도 저가 수주경쟁이 재연되며 금융자동화기기(ATM) 시장 가격붕괴 우려가 현실화됐다.
상반기부터 불거진 저가 출혈경쟁으로 올해 업계 모두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지난 9일 실시한 400여대 ATM 입찰에서 청호컴넷이 대당 1380만원 수준에서(부가세 포함) 공급권을 확보했다.
이미 출혈 수준으로 여겨졌던 우정사업본부 낙찰가 1672만원에서 불과 10여일 만에 20% 가까이 더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시장가격 2000만원대 중반에 비해서는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본지 4월 1일자 2면 참조
ATM업계는 입찰 결과를 놓고 ‘공멸’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발주자 측인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시장 가격과 너무 동떨어진 수준이어서 당혹스럽다”고 표현할 정도다.
농협중앙회 낙찰가격은 올해 이어질 1900여대 지역농협 ATM 발주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대혼란이 예상된다. 지역농협은 별도의 입찰없이 중앙회 낙찰가를 기준으로 ATM을 발주한다.
올해는 기존 공급물량을 바탕으로 LG엔시스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한 가운데 노틸러스효성, FKM, 청호컴넷 등이 나눠 공급한다. 결국 지역농협에 납품하는 업체들 모두 청호컴넷의 낙찰가에 맞춰 출혈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다.
업계는 이달 말로 예정된 기업은행, 국민은행 ATM 입찰 대응전략을 놓고도 고심에 빠졌다. 수익성 악화가 뻔하지만 저가 수주 외에는 매출을 확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TM업체 한 임원은 “각 업체마다 제조라인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출혈경쟁을 가져왔다”며 “현재로서는 (저가 출혈경쟁을 막을)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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