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리는 왜 `소재 강소기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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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도에 있는 소재업체 사장인 L씨는 지난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소재 관련 콘퍼런스를 여는데 L사장이 개발한 소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다. L사장은 해외에서 이름을 알아주는 소재 전문가다. 그런데 L사장의 사업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창업 10년이 넘었지만 매출은 아직 10억원대에 머문다. L사장은 “소재의 중요성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 등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아쉬워한다.

 그의 지적 처럼 소재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육성해야 하는 산업’으로 단골로 등장한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소재산업 발전대책’에 이어 오는 2018년까지 세계 4대 부품소재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나마 부품은 낫다. 냉장고용 모터를 비롯해 세계 1등 제품이 군데 군데 포진했다.

 그런데 소재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아득하다. 강소기업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소재 국산화도 더디기만 하다. LCD 패널에 들어가는 11개 소재 가운데 국산화율이 50%를 넘는 품목은 겨우 3개 정도다. 보상필름 등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한다. 백라이트용 핵심 소재 4개의 국산화율도 50%를 밑돈다. 소재 산업의 대일 무역적자가 매년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2000년만해도 소재 분야 무역적자는 47억달러였지만 2003년 50억달러 돌파에 이어 2007년에는 100억달러대로 커져만 간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 소재 강국을 이룰 수 있을까. 더구나 소재는 이제 과거 처럼 단순히 원가절감의 대상이 아니다. 완제품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랐다. 그러기에 ‘소재 강국’이란 명제는 더욱 절실하다. 소재 강국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 소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재는 부품·시스템에 채택되면 수백, 수천배의 효과를 낸다. 한번 길을 닦아 놓으면 후발주자들이 최소 10년은 따라오기 힘들만큼 선점 효과도 높다. 하지만 정작 소재 업체들은 큰 매출을 내기 어렵다. 국내는 소재 자체가 사용량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자연히 업체들은 영세성을 면키 어렵다. 업체가 영세함에도 원천소재는 부품과 시스템에 채택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을 요한다. 소재의 특성상 영세업체들을 더욱 압박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마침 정부가 내일 세계최고수준 10대 핵심소재 발굴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산학연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정부지원이 결코 단편적이거나 단기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아우르는 체계적이며 통합적이어야 하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미국 원천소재업체인 크리(www.cree.com)는 미국 정부가 10년간 투자해 육성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매출 2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른 시스템 사업에 수십조원대의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또 다른 미국 소재업체 HC(www.hcmat.com)도 미국 정부로부터 30년째 지원 받고 있다. 세 계최고 소재 발굴에 나선 정부가 잊지말아야 할 사실들이다.

방은주 경인취재팀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