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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게 습관이다. 생각 없이 연필을 돌리고 자동적으로 다리를 떨듯 습관적으로 일을 벌이고 쉴새 없이 일을 해치운다. 퇴근시간도 따로 없고 회의시간도 따로 없다. 기다리는 가족도 없고 놀아주는 친구도 없는지 사무실이 안방이고 회의실이 놀이터다. 입만 열면 일감이고 눈만 마주치면 일 얘기다. 그에겐 불가능한 목표와 비현실적인 마감시간이란 없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시간을 쪼개고 미역줄기 물에 불리듯 일이 불어난다. 자양강장의 상징인 홍삼을 먹어도 기력은 점점 쇠하고 체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고통학교에 수련 받으러 온 것 같다.
일중독은 단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차원을 넘어서 일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말한다. 다른 사람과 일을 나누지 못하고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며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일중독자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진실한 자기와의 만남을 회피하며 삶의 다른 영역을 무시한다. 일중독자는 마치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신의 상처입은 미완의 자존감을 보상받으려 하듯 일을 통해 자신의 상처입은 자존감을 회복하려 든다. 내 상사가 정말 이런 심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인다면 정중하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해야 한다.
하지만 대개는 상사를 무모한 워커홀릭으로 단정짓는 부하의 게으름이 문제인 때가 더 많다. 안 잘릴 정도로 설렁설렁 회사에 다니기를 소망하는 부하에겐 나이 지긋한 베테랑 전문가의 속도감 있는 일처리가 일중독처럼 보인다. 근성은 고된 훈련 뒤에 얻을 수 있고 열정은 아슬아슬하게 해낼 수 있을 때 더 샘솟는다. 배울 때는 혹독한 평가로 욕도 먹고 밤도 새워야 결과가 빠르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나면 운전에 탄력이 붙듯 어려운 상사를 만나고 나면 일에 탄력을 받는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이 시간 내에 해치울 수 있었나’ 하며 스스로 깜짝 놀랄 그날을 위해 감당하고 해내라. 상사를 ‘일 중독자’로 낙인찍고 손가락질할 시간에 상사를 ‘일 열중자’로 가정하고 어깨너머로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