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37)실시간 번역이 가능한 휴대폰

타임온라인 등 언론매체들은 최근 구글이 실시간 번역이 가능한 전화기용 소프트웨어를 수년내 개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휴대폰으로 다른 나라 사람과 통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존에 구글이 확보하고 있는 음성인식기술과 기계번역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휴대폰에 적용하겠다는 게 구글의 야심찬 계획이다. 구글은 이 기술을 2년내 확보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진짜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그리 멀지않은 미래에 전세계 6000여개 언어 사용자간에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구글이 이 기술을 상용화 수준까지 개발한다면 앞으로 구글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은 동시통역 서비스도 받게 되는 셈이다.

구글의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은 ‘은하수 여행을 위한 히치하이커용 안내서’(더글라스 아담스 著)라는 픽션에 나오는 ‘바벨 피쉬(Babel Fish)’에 비유된다. 이 픽션에서 ‘바벨 피쉬’ 라는 사물은 사람들의 귀에 꽂고다니면 다른 사람의 음파를 뇌파로 변환해 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언어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바벨 피쉬’는 한때 `알타비스타`라는 검색엔진이 제공하는 온라인 번역 서비스로도 인기를 끌었는데,현재는 야후가 같은 이름의 자동번역 사이트(http://babelfish.yahoo.com)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의 ` 바벨 피쉬` 계획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현재 구글은 지난 주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아이티의 ‘크레올’ 언어를 포함해 총 52개 언어의 문서를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기계번역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은 전화기에 사람의 목소리를 입력하면 웹검색을 해주는 음성인식시스템 기술도 갖고 있다. 두 기술을 결합해 전화기 사용자의 음성을 다른 나라 언어로 즉시 변환해 들려준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이다.

현재 자동기계번역기술은 과거보다 번역의 품질이 높아졌으며 나름대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가야할 길이 아직 멀기는 하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술은 자동기계번역시스템보다 해결해야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 사람들마다 목소리의 높낮이나 엑센트가 다른데다, 국가별,지역별로 사투리나 방언도 많아 인식하는 게 쉽지 않다.

구글이 휴대폰에 이 기술을 먼저 적용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대폰은 극히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잠깐 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만 쓴다.

따라서 휴대폰 소유자의 과거 음성 데이터를 자동으로 검색한 후에 현재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확률적 가능성이 일반 전화기보다 훨씬 높다. 보다 많은 음성 데이터를 휴대폰에 내장할수록 음성인식률도 높아지고 신뢰성 있는 실시간 번역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장애는 있다. 타임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뱅골대학의 언어학과 데이비드 크리스털 명예교수는 “음성 인식의 최대 난제는 사람들의 다양한 엑센트를 인식하는 데 있다”며 "아직까지는 어떤 시스템도 이 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구글의 실시간 번역폰의 꿈이 이뤄지려면 사람들의 다양한 엑센트를 어떻게 재빨리 인식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교수는 “현재로선 구글이 가장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그렇다고해도 향후 몇년내 스코트랜드의 글래스고우 지역 슬랭을 이해하는 디바이스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번역기술의 개발이 어렵다는 것은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한다. 지난 1954년 1월 IBM은 "컴퓨터를 활용해 러시아어를 영어로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조지타운 언어대학의 레온 도세테르트 교수는 “3~5년내 컴퓨터를 통한 언어간 의미 변환 기술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계번역시스템이 가야할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어 기계번역만 해도 그렇다. 한국어와 일어간 번역은 어느 정도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어와 영어간 번역은 여전히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번역률도 떨어진다.

실시간 번역의 길은 그래서 요원하다. 한 두해에 결론날 것 같지 않다. 구글이 수년내 내놓겠다는 실시간 번역폰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은하수 여행을 위한 히치하이커용 안내서’에 나오는 ‘바벨 피쉬’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바벨 피쉬’를 귀에 꽂고 다니면서 사람들간에 오히려 싸움이 더 많아졌기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IT의 발전은 인간에게 많은 생활의 편리를 제공해 줬다.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 줬는지는 별개의 문제다.그렇다고 IT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과연 누가 외면할 수 있겠는가?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