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새로운 소통방식 ‘마중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여전히 유교문화와 군대조직의 전통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시와 복종에 익숙한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보편적이다. 군대조직과 같은 조직은 서로 소통하는 방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최근 인터넷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정보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는 과거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조직과 사회의 어른이 독점했던 정보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윗사람의 권위마저 무력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미 세상은 정보통신수단의 급격한 확산에 의해 의사소통의 패러다임도 급격하게 바뀌었다. 점점 더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가 정보 소유보다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고 소통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어른도 이젠 젊은이로부터 배워야 하고 어른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점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으나 정작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있다.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수직적이고 일방적이어서, 서로 인정해 주고 격려하는 수평 관계가 낯설기만 하다. 부부간의 대화, 부모와 자녀와의 대화가 적은 이유는 서로 인정해 주는 마음가짐과 소통의 부재 때문은 아닐까. 마중물이란 순수한 우리말로, 땅 속 깊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폄프에 넣은 한 바가지 물이다.

새로운 소통방식, 마중물은 상대방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기승전결처럼 일종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질문하고 칭찬하는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통하게 만드는 수평적 소통은 새롭게 배워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단군의 인내천이라는 인간존중의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동학의 사상적 바탕도 갖고 있다. 소통의 마중물은 우리에게 생소하거나 낯설지만은 않다. 다만 학습되지 않아 몸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그럴수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부부와의 대화에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자녀와도 그렇게 한다면 관계형성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이 얼마나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회사에서 직원의 말을 세심하게 듣고 직원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면, 업무성과는 물론 직원 역시 성장할 수 있다. 소통의 마중물을 몸에 익히게 되면, 부하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질문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과거의 권위를 고집하면서 부하의 단점만을 지적하는데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젊은 직원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능력이 핵심이다. 그렇게 하려면 조직의 리더가 직원을 칭찬하고 경청하며 질문하는 소통방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소통방식을 마중물이라고 하겠다. 어떻게 조직구성원의 성장을 통해 조직의 성과도 함께 올릴 수 있을 것인가, 기존의 권위주의적 소통방식으로 충분한 것인가. 미래를 꿈꾸는 최고경영자와 기업에게 마중물이 일류기업달성을 위한 핵심역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정환 에이치유서비스 대표 tikang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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