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강진이 덮친 아이티 대참사를 보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과 한편으로는 그 어려움을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마음씨에 훈훈함을 느낀다. 그러나 생각만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쉽지 않다. 도움이란 자체를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불만을 대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조금 상냥한 목소리, 약간 더 신속한 일처리인데 우리는 가끔 이를 잊을 때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퍼스트잉크는 처음에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많지 않은 상담원들이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수많은 문의전화를 받고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해피 콜 서비스’다. 고객들의 불만이 접수되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 제품에 이상은 없는지, 고객의 불만사항은 무엇인지 먼저 체크해주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감정적으로 우리를 대하는 고객도 많았고 홈페이지에 악성 댓글을 써놓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는 일부러 나쁜 글을 삭제하지도 비밀로 감추지도 않는다.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여기고 퍼스트잉크와 고객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드라마 "아이리스" 인기와 함께 남자 주인공이 신었던 운동화가 유행을 한 적이 있다. 그 운동화를 평소에 싸게 판매하던 쇼핑몰은 갑자기 많아진 주문량을 견뎌내지 못하고 배송과 환불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사기 사이트’라는 오명과 함께 결국 폐쇄하는 사건이 있었다. 만약 이때 좀 더 솔직하게 처한 상황을 말하고 고객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고객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불만사항을 모두 처리한다는 것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일 수도 있다. 내일 과제를 출력해야 하는데 잉크가 샌다며 울먹이는 초등학생, 자녀의 대학교 입학 선물을 위해 제품 문의를 해오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으며 단순히 판매자와 고객의 관계가 아닌 우리 가족이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난 오늘도 보람을 느낀다.
박윤미 퍼스트잉크 CS팀장(pym0910@firsti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