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방송계가 재편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 국내자본과 해외자본 그리고 지상파와 케이블 사업자 간의 이른바 ‘경계 허물기’가 미디어법의 핵심이다.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탄생, 보도전문채널 추가 승인, 방송사업자들 간 합종연횡이 시작될 것이다.
유료방송 확산으로 지상파방송 주요 전송 수단은 전파가 아닌 케이블과 위성 등으로 바뀌었다. 시청 점유율과 광고시장 점유율도 점진적 하락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생산에 관한 한 지상파 방송은 여전히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같은 지상파라고 하더라도 지역방송사들에게는 또다른 책무가 있다. 포괄적 공공성 뿐만 아니라 ‘지역성’을 구현하라는 책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러한 책무를 지키지 못한다. KBS총국과 MBC계열사들뿐 아니라 독립법인인 지역민방들에 이르기까지 서울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 편성하는 비율이 80%에 이른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옛 방송위원회 시절인 2007년에 있었다. “자체편성 비율 50%를 넘는 지역방송에 한해 케이블을 통한 수도권 역외재송신을 허용한다”는 방송채널정책 운용방안이 그것이다. 이는 지역민방들이 지역성을 구현한 자체 프로그램의 제작 비율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케이블을 통한 권역 외 재송신을 허용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런 조건을 갖춘 지역방송사는 2007년말 개국한 OBS가 유일하다. SBS와 방송권역이 겹쳐 수중계를 할 수 없는 상황적 요인도 존재했지만, 어떻든 OBS는 100% 자체편성을 하는 유일한 비네트워크 독립 민방이다. OBS의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은 당연히 승인되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문제 해결을 2년 이상 미뤄오고 있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OBS의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이 ‘방송시장의 질서’와 ‘방송권역의 취지’를 교란한다는 논리가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이유가 못 된다. 우선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으로 OBS의 광고판매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현재 160억 원에 불과한 연간 광고매출이 약 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방송3사 평균의 12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확연한 규모의 차이 때문에 방송시장 교란은 발생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지역 독립민방의 경영정상화를 통해 시장 건전성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다른 지역민방들과 달리 OBS는 100% 자체편성을 하고 있어 서울지역으로 재송신되어도 프로그램 중복으로 인한 전파 낭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리모컨 누르면 BBC, CNN, NHK를 얼마든지 시청할 수 있는 시대다. 전국 시청자의 4분의 1이 몰린 서울지역에서 지역방송을 보지 못하게 할 명분은 별로 없다. 100% 자체편성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시청자 볼 권리 향상에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간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물론, ‘경계 허물기’가 핵심인 미디어법 개정 취지와도 어긋난다. 지역방송도 경쟁력을 갖추면 시청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시장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OBS를 포함한 지상파 역외재송신 정책에 관해 방통위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ajy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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