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IT단체 총연합회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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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총이 부럽다.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변하는 선의의 이익집단’이라고 말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당당함이 부럽다. 스스럼없이 ‘이익집단’으로 표현하고, 과학기술인 권익신장은 물론이고 역량을 모아 국가발전에 효율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두둑한 배짱이 참 부럽다.

 과총은 의사 표현도 거침없다. 과학비즈니스 벨트 결정이나, 세종시 문제, 과기부와 교육부 통합 때에도 옳고 그름을 판단했다. 과학기술인의 요구에 따라 국가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신년하례회엔 이명박 대통령도 불러냈다. 대선 때는 유력후보를 불러내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500만명이나 되는 과학기술인의 이익집단을 자처하는 과총의 힘이다.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테헤란로에 볼품있는 자기 빌딩도 있다. 이곳에는 과학기술 관련 각종 단체가 둥지를 틀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수시로 열린다. 과학담당 데스크 때는 몰랐는데, IT담당 데스크로 자리를 옮겨보니 약오를만큼 부럽다. 1966년에 설립돼 44년 동안 과학의 날을 만들고, 거의 매년 신년하례회에 대통령을 불러들이는 힘. ‘밖에서 보는’ 과총은 괜찮은 집단이다.

 IT강국이라고 한다. 금융위기 속에 지난해 우리나라는 3637억7000만달러를 해외에서 벌었다. 이중 IT산업 비중이 33%다. IT산업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인 409억8000만달러보다 많은 589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IT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48.6%나 된다. 대한민국 절반을 IT산업이 견인한다. IT가 발전하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엉터리 논리도 이제는 잦아들고 있다. IT산업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당 5.1명으로 조선산업(4.2명), 자동차(3.7명), 철강(1.7명) 등 기타 제조업에 비해 높다. 다른 기업에서 고용을 줄일 때 IT부문 대표기업인 NHN과 삼성전자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은 50.3%, 9.7%였다.

 이런 대한민국에 IT관련 목소리가 없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될 때도, 1년 동안 IT정책이 실종됐을 때도 어느 단체, 기관도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직 체신부·정통부 장관들이 나서 정통부 해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뜻을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IT인들을 대변해줄 ‘선의의 이익집단’이 절실함을.

 세계는 IT강국 대한민국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별볼일 없다. 대한민국엔 IT를 주도할 부처도, IT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단체조차 없다. 부처 폐지에도 ‘아프니 그만하라’는, IT정책 실종 사태 때엔 ‘산소공급기를 달라’는 소리조차 하지 못하는 ‘착한’ IT인들만 넘친다.

 더 이상 착해지지 말자.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서럽다면 서럽게 울자. IT산업이 경제성장 기여율이 절반이나 되고, 고용을 늘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선도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자. 수출로 대한민국을 살린 당당한 주역이라며, 지분을 요구하자. 지금의 IT인들은 적어도 그럴 자격이 있다. 500만명에 이르는 IT인을 대변할 ‘선의의 이익집단’ IT단체 총연합회 탄생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상용 정보통신담당 부장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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