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특허테크’로 만드는 글로벌 기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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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만으로는 평생 큰 돈을 만져보기 힘든 직장인에게 ‘재테크’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다양한 재테크 방법이 있듯이, 특허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특허도 잘 활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그것도 아주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무형자산이다.

 일례로 미국의 폴라로이드가 코닥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1991년 당시 폴라로이드 매출액의 약 4.4배에 달하는 8억7300만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배상액으로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특허권자가 특허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이며, 특허유지 비용만 낭비할 뿐이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경쟁력이 있는 특허를 획득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확보된 특허로부터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특허 패키징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꾀하는 것이 ‘적극적 특허 활용방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예로 들면, 지난해 말까지 누적 특허등록 1만731건을 확보했고, 2008년도 미국 등록특허 건수도 256건으로 다(多)등록순위 77위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아울러, 표준화 활동과 연계하여 표준규격과 특허의 매칭 작업을 통해 현재까지 171건의 표준특허를 확보했다.

 ETRI에서 연간 특허유지 관리에 투자되는 돈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기확보된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투자수익율을 제고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적극적 특허활용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ETRI는 ‘미활용 휴면특허’ 중에서 ‘흙속에 묻힌 진주’를 찾듯 활용 가능한 특허를 지속적으로 발굴한 결과,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총 1226건의 미활용특허를 발굴하여 양도하거나 라이선싱했으며, 이를 통해 약 300억원의 특허료 수입도 확보했다.

 ‘특허 괴물’(patent troll)의 출현, 글로벌 특허분쟁의 심화 등과 같이 국제 특허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허 자원에 대한 글로벌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전략 전환의 시초가 표준특허를 활용한 특허 풀(pool) 가입이다. 현재까지 ETRI는 7개의 특허 풀에 가입해 고정적인 로열티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또한, 해외 IP 투자펀드사와의 계약을 통해 미활용 보유특허에 대한 해외 특허사업화 권한양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해외 특허마케팅 분야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언론의 관심을 촉발한 3G 소송은 가장 대표적이고, 적극적인 특허활용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3G, 즉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의 표준특허를 무단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를 상대로 미국에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며, 한편으로 일부 업체와는 이미 특허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강온(强溫) 양면전략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밤새워 개발한 소중한 지적자원을 국부증진에 활용하고 있다.

 특허도 자산이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국내 굴지기업의 영업이익을 거뜬히 능가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어마어마한 무형의 자산이다.

 우리 나라가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지식자산화를 통해 5년 후, 10년 후 우리 후세들이 그 과실을 획득할 수 있도록 품종이 좋은 유실수(전략 특허)만을 골라 식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경용 사업화본부장(kyj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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