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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통신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앞으로 나섰다.
지난 10월 율리우스 게나촙스키 FCC 위원장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CTIA 와이어리스(Wireless) 전시회에서 “FCC 임무의 중심은 무선 통신 분야이며, 미국이 무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파수는 이동통신망의 산소”라며 “주파수 부족 현상이 미국의 미래 이동통신 시장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진흥은 발등의 불=미국이 왜 급해졌을까. 당장 무선 통신 시장이 매년 16%씩 성장하는 데 시선이 머문다.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지난해 월 평균 6페타(Peta·1000조)바이트(B)를 기록했는데, 오는 2013년이 되면 400PB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이동통신(GSM)협회는 오는 2014년이 되면 모바일 기기들이 1개월 동안 송수신하는 데이터량이 2008년 기준 1년치에 맞먹을 것으로 예측했다. 가히 폭발적 성장세다.
게나촙스키 위원장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미디어 등 거의 모든 미국 기업들이 ‘무선 전략(Mobile Strategy)’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무선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하는 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통신인프라를 가질 수 있게 FCC가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세부 정책방향으로 △4세대(4G) 무선 통신용 주파수 확대 △유비쿼터스 4G 네트워크 구축 촉진 △인터넷의 개방성 유지 △경쟁환경 조성을 통한 소비자 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무선 통신 분야의 가장 큰 위협은 ‘주파수 고갈 위기’”라고 지적해 시선을 모았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상업용 주파수 용량을 3배나 늘였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30배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했다. 게나촙스키 위원장도 “조만간 모든 이동전화가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와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현재보다 4배 이상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의 무선 통신 분야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급증하는 주파수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주파수 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 주파수 중계시장(Secondary Markets), 스마트 안테나, 펨토셀(Femtocell) 연구를 서두르기로 했다. 또 주파수 사용 효율을 증진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현재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주파수들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통신 진흥 정책의 불씨를 지핀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지난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인터넷을 발명한 미국이 광대역통신(브로드밴드) 보급률이 세계 15위라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며 “학교와 고속도로를 새롭게 하듯이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를 새롭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모든 어린이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통신 교류에 새 질서=FCC는 내년 2월까지 ‘국가 브로드밴드 계획(National Broadband Plan)’을 수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Adoption rate)은 약 63%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자존심에 비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미국 내 모든 지역에서 광대역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게 하려는 게 국가 브로드밴드 계획이다.
“브로드밴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며, 미국의 국제 경쟁력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엔진을 확립하는 데 꼭 필요하다.”
게나촙스키 FCC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아칸소주 클린턴도서관에서 한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경제 발전의 바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방증했다.
필자는 지난달 국제위성통신기구(ITSO) 회의에 참석했다가 미 상무부 정보통신청에 근무하는 다이엔 씨를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녀는 1989년 서울에서 열린 한·미 통신협상의 미국 대표로 참석했고, 협상이 계속되면서 필자와 몇 차례 더 만났던 통신전문가다.
20년 만에 필자를 만난 그녀는 첫 번째 반응은 “그동안 한국 통신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놀라운 것 가운데 하나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서 한국이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20년 전 우리나라를 미 종합통상법상의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 뒤 ‘한국 통신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경쟁을 도입하고, 시장을 개방하라”고 역설했다. 그랬던 미국이 이제는 도리어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정책을 벤치마크하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인 것이다.
2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4G 통신시장을 석권하는 한국 기업들이 떠오른다.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전세계로 한류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급해 각국의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이 뒤를 잇는다.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선진 방송통신 전문가들까지 앞선 정책과 경험을 벤치마크하러 한국으로 몰려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것이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 아닌가 되새겨 보았다. 다시 한번 분발할 때다.
워싱턴DC(미국)=노영규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yknoh1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