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LG, OLED 사업 삼성과 정면 승부 나선다

　‘OLED 사업에서 삼성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LG그룹이 전자·디스플레이·화학 3사가 공동 출자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법인을 출범시키로 한 것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에 뺏긴 주도권을 단숨에 뒤집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LG그룹 최고위층인 경영자가 LG디스플레이에 OLED 관련 인력을 두 배로 늘리라는 강력한 주문을 한 데 이어 이번 OLED 법인 출범도 속전속결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밀리면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분기만 세계 OLED 시장에서 SMD는 1억달러가 넘는 매출로 65%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양산 투자 시점을 놓친 LG디스플레이는 SMD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로 기선을 완전히 제압당했다.

　LG는 그러나 코닥 OLED 사업 인수에 이어 LG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년부터 5세대급 OLED 양산 라인 투자에 본격 돌입한다. 내년부터 삼성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에 설립할 특허 관리 합작사는 양산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라이선스 관리를 도맡아 3개사 사업 준비를 조율하게 된다.

　삼성이 SMD를 통해 직접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했다면, LG는 3사가 생산을 하면서 LG OLED는 3사와 함께 기술 전략을 짜는 이원화한 형태를 취했다. 아직 섣부른 예측이나 LG가 향후 사업 전개 과정에서 SMD와 같이 생산까지 일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의 지향점도 약간 다르다. LG는 휴대폰에 집중하는 삼성과 달리 TV 시장에서 반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5인치 OLED TV를 ‘조용히’ 출시한 LG전자가 OLED 법인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아직 OLED TV의 시장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TV 시장만큼은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또 향후에는 LG화학을 통해 조명 분야로 OLED 사업 분야를 다양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닥은 1970년대 OLE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원천 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명용 원천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OLED 조명 상용화에 나설 예정인 LG화학이 신설 법인 출자에 같은 비율로 참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LED 조명은 내년 2억2600만달러 시장을 형성한 후 2015년 52억달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함께 일반 조명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OLED는 면 조명은 물론이고 플렉시블 조명으로 활용 가능해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독일·미국 등 선진국이 OLED 조명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사장은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휴대폰·TV 등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OLED 사업을 강화하지만 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조명 산업을 더 큰 시장으로 본다”며 “향후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와 조명 시장에서 주도권을 누가 쥐는지에 따라 OLED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전 세계 OLED 업체별 매출액 추이 (단위:백만달러)

구분 09년1분기 09년2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43 102

RiT디스플레이 12 16

도호쿠 10 14

TDK 7 10

유니비전 2 3

기타 11 12

합계 85 157

(자료 : 유비산업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