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석유보다 중요한 희소금속] (상)정부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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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희토류가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이 1992년 1월 남순강화 때 언급한 말이다. 17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희토류가 무엇인지도 생소했던 당시,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 있었다. 그동안 중국은 희토류를 풍부하게 보유함으로써 이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미끼로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도 꾀한다. 희소금속 자원 빈국인 일본 정부도 지난 1981년 희소금속 종합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올해 공급안정화 전략을 수립하고 디지털 가전과 철강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 비축 대상 품목을 7개에서 15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비축량을 늘렸다. 일본은 뛰어난 소재기술을 발판으로 희소금속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아예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미래 산업·경제의 운명이 걸린 산업 자원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희소금속의 중요성과 정부 육성책,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정부가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유한한 희소금속에 대해 비축을 넘어, 개발과 생산 확대 쪽으로 전략적 방향을 잡았다. 석유는 지금 당장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지만, 석유는 있어도 원재료가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곧 닥쳐올 수 있다. 이 전쟁에서 밀리면 미래 산업 주도권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식경제부는 희소금속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 자원 공급 기반 구축 △기술역량 확충 △재활용 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골자로 한 ‘희소금속 소재 산업 발전 종합 대책’을 내놓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우선 오는 2018년까지 리튬, 마그네슘 등 10대 희소금속의 핵심 원천기술 40개를 선정, 기술 개발에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희소금속 자급률을 현재 12%에서 80%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5개에 불과한 희소금속 전문 기업도 100개까지 늘리고, 부품소재 해외 인수합병(M&A) 펀드를 활용해 해외 희소금속 소재 기업의 M&A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희소금속의 자원-소재-부품-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권역별 클러스터도 추진한다.

 전남 광양만권과 충남 탕정권에 권역별 희소금속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강원-전남-대경과 경인-충북권에는 각각 마그네슘과 텅스텐의 생산과 재활용을 연계한 ‘광역권 연계 희소금속 순환 벨트’가 조성된다. 또 크로뮴 등 6개 희소금속은 준전략광종으로 지정, 해외 자원 개발 시 융자금 우대지원 등 전략광종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희소금속 관련 기술개발 투자를 신성장동력 분야에 포함시켜,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대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체계적인 희소금속 분야 지원을 위해 내년 인천 송도에 희소금속 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권역별 희소금속 클러스터 내의 대학을 ‘희소 금속 실용화센터’로 지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또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HSK)’에 희소금속을 포함시키고, 공주대와 순천대 등 6개 대학을 희소금속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해 석·박사급 고급인력도 양성한다.

 안정적 자원확보를 위해 희소금속 비축물량도 단계적으로 확대, 2016년까지 비축물량을 국내 수입 수요의 60일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강원도 등 국내 자원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 부국인 중국, 아프리카 등과 협력해 해외 자원 확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최경환 장관은 “20세기 석유 경제에 이어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 새로운 주인공은 희소금속이 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사활을 건 싸움이 본격화한 만큼 희소금속 산업 발전에 산학연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호·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