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소 협력사와 공동 개발한 기술을 정부가 공인한 장소에 보관(임치)하는 ‘기술자료임치제’를 도입한다.
이 조치는 과거 공동개발 기술 일부가 협력사 파산으로 무용지물된 사례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이뤄진 결정이다. 한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기술자료임치제가 크게 확산할 것으로 관측됐다.
25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부터 ‘중소기업 협력 연구개발과제’ 전체에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운영하는 기술자료임치제를 적용한다.
제도는 협력관계인 두 곳(회사·기관)이 합의 하에 기술자료를 대·중소협력재단에 보관하는 것으로 이로써 개발사인 중소기업은 개발사실을 입증해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고, 대기업은 협력사가 폐업·파산했을 때 기술관리를 할 수 있다.
박진태 한전 자재처 중소기업지원팀 차장은 “협력 중소기업이 파산하면 공동개발 기술을 관리할 수 없게 된다. 그 사례가 최근 5년 동안 5건에 이른다”며 제도 도입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전은 매년 20여건에 달하는 중소기업 협력 연구개발과제 외에 현장기술 개발과제 등 타 과제에도 임치제를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의 기술임치제 도입으로 국내에도 임치제가 확산할 전망이다. 임치제는 1970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일본·캐나다·호주·이스라엘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등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한국 중소벤처기업에 기술임치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다. 대·중소기업재단에 따르면 한전 외에도 몇몇 대기업이 기술임치 채택에 관심을 보였다.
조태용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기술협력팀장은 “한전은 대중소기업 상생 일환으로 협력사 지원을 위해 이 제도를 채택하게 됐다”며 “기술임치제가 아직 생소하지만 지재권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된 선진국에서는 크게 활성화돼 우리나라에도 이번 한전 사례와 같이 서서히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은 중소기업에 기술임치에 드는 비용 4분의 3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임치료는 연간 기준으로 신규 30만원, 2년차부터 15만원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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