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同舟共濟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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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업계의 불미스러운 다툼이 프로야구 전체로 번졌다. CJ인터넷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맺은 독점계약 파문 얘기다.

 CJ인터넷은 공식 후원 업체로서 KBO와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명권과 초상권을 단독으로 갖는 계약을 맺었다. CJ인터넷 ‘마구마구’와 함께 국내 야구 게임을 양분하고 있는 ‘슬러거’의 서비스 업체 네오위즈게임즈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내년 1월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이 슬러거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독점 계약 사실이 보도되면서 폭로전에 돌입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CJ인터넷의 독점 계약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꼼수라고 비난했고, CJ인터넷은 정당한 계약을 흠집내려 한다고 힐난했다.

 두 업체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는 듯하다. CJ인터넷이 맺은 독점계약이 야구게임 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예측은 개연성이 높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슬러거 인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마케팅 이벤트를 자주 개최해 공식 후원 업체에 묻어가려 한다는 CJ인터넷의 비판은 당연할 수 있다.

 이 논쟁에 KBO와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이 뛰어들었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KBO측에 CJ인터넷과 맺은 독점계약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KBO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국 야구게임을 둘러싸고 게임 업체와 KBO, 그리고 선수협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다툼의 최종승자는 누구일까.

 이대로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면 모두 상처만 남을 전망이다. CJ인터넷은 속좁은 대기업 계열사라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힘들고 네오위즈게임즈는 도전정신을 잃은 채 무임승차를 일삼는 기업 이미지가 남을 뿐이다. KBO와 선수협 역시 제대로 된 계산도 없이 세(勢) 싸움을 반복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파국을 막을 지혜가 필요하다. 해답은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원자바오 총리가 건낸 ‘동주공제(同舟共濟)’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후한서(後漢書) 주목전(朱穆傳)에 나오는 동주공제는 원수지간이라도 협력해서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함께 넘자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원 총리는 클린턴 장관에게 동주공제를 인용,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달했다.

 하지만 동주공제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한 배에 올라타 힘을 더하는 일은 두 주체의 위치가 동등할 때 가능하다. 더욱이 파트너십이 없으면 어렵다.

 네오위즈게임즈는 3년간 50억원 가량의 거금을 투자해 프로야구 후원사가 된 CJ인터넷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CJ인터넷은 후발 주자에게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명권과 초상권을 함께 쓰는 대범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물론 그 전에 쌓인 앙금은 두 회사의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풀어야 할 것이다. 신뢰가 우선돼야 뭐든지 할 수 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그 다음이다.

 프로야구의 지속적 발전과 야구게임 시장의 성장이라는 강을 두 회사가 함께 건널 수 있길 바란다.

 장동준 게임인터넷팀장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