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2차전지를 삼킨다

 급성장하는 우리나라 2차전지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견·중소 2차전지 업체의 주인이 대거 미국 기업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2차전지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삼성SDI·LG화학 등이 2차전지 패키징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코캄엔지니어링·에너랜드·에너테크·이아이지(EIG) 등 중소·중견기업도 시장에서 최근 약진했다.

 이 가운데 이아이지를 제외한 기업은 국내외 2차전지 시장이 급성장세를 탄 지난해와 올해 들어 최대 주주가 미국 기업으로 바뀌었다.

 코캄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타운센드어드밴스트에너지가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8%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너랜드 역시 지난해 1월 미국의 A123시스템스가 인수해 지배주주로서 역할을 한다. 에너테크인터내셔널도 미국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회사인 에너원에 지난 6월 인수됐다. 에너테크는 지난 2001년 새한 전지사업부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2차전지 패키지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리튬이온 셀, 전극 제조에 주력해왔다. 에너테크는 내년 초 유럽의 전기차 제조사 싱크 글로벌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이아이지 역시 올해 들어 국내외 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큰손으로 주인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설이 업계에 퍼졌다.

 미국 업체들이 한국 2차전지 패키지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것은 오바마정부의 배터리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2차전지 전문가는 “미국에서 원천기술 연구는 이뤄졌지만 패키징 업체는 없다”며 “지난해 오바마정부가 들어서면서 배터리에 24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것이 국내 패키징 업체의 인수 배경이 된 듯하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국내 패키지 업체들이 수년간 쌓아올린 기술이 한순간에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기반기술이 경쟁국인 미국이나 일본 등에 넘어가게 되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들인 정부 지원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대부분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점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기술이 사라질 수 있는 위기를 모면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인수 이후 해외 사업에 탄력을 받으면서 2차전지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코캄엔지니어링은 미국에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해 협의 중이며, 미국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LG화학과 함께 포함되는 수혜도 얻었다. 에너랜드와 에너테크 역시 미국 기업이 지배주주로 올라서면서 기업 신뢰성 확보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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