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인 ‘PLC 신화’ 이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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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첫 투자에 나설때만 하더라도 이 회사와 현재의 인연을 갖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회사보다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게 됐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히는 황규빈 텔레비디오 회장(73)이 말하는 회사는 전력선통신(PLC) 회사인 ‘젤라인(www.xeline.com)’이다.

 황 회장은 83년 한국인 최초로 텔레비디오를 나스닥에 상장, 미국 최고 갑부 27위에 올랐던 실리콘밸리 벤처신화 1세대다. 당시 컴퓨터 산업 붐을 타고 실리콘밸리에 설립됐던 수많은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황 회장의 텔레비디오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 단 두 곳뿐이다. 그가 실리콘밸리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이유다.

 젤라인과의 첫 인연은 10년 전 황 회장이 37배수로 260만달러를 투자, 지분 4.5%를 가진 주주의 한 명이 되면서 시작됐다.

 지난 10년 동안 젤라인은 PLC 기술 개발을 위해 3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매출이 거의 없는 가운데 10여년을 오로지 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온 셈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돈이 들어갔다. 기존 주주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창업자도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황 회장은 PLC 기술의 가능성을 믿었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총 65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로 인해 황 회장은 지분 30%를 가진 1대 주주가 됐다. 중국과 한국에도 투자한 회사들이 여럿 있지만 황 회장이 직접 출근하며 챙기는 회사는 젤라인이 유일하다. 10년간의 성과는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전력에 5만가구 물량의 원격검침시스템을 납품하면서 첫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투자가 미뤄지기는 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황 회장이 자신하는 이유는 한국전력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필요한 첨단검침인프라(AMI) 시스템의 기본인 PLC 모듈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사실상 젤라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 적어도 80만개 정도의 모듈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의미있는 성과도 만들었다. 지난 2005년 국가표준(KS X 4600-1)으로 지정된 젤라인의 PLC 기술이 ISO 국제표준(ISO/IEC 12139-1)으로 지정됐다. 세계 최초의 전력선통신 분야 국제표준이다.

 “스페인의 디에스투(DS2), 미국의 인텔리온(Intellon)과 함께 젤라인을 PLC 3대 칩 제조회사로 꼽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제표준에서 알 수 있듯 기술력은 우리가 최고입니다.”

 내년에는 한단계 발전시킨 새로운 칩도 선보인다. 해외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지난 5월 중국이 PLC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 5개 지역 중 3곳(베이징 2, 상하이 1)이 젤라인 제품으로 진행된다. 6개월간의 평가를 거치게 된다. 중국 정부는 1억8000만가구에 스마트미터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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