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공청회라도 해야 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업계가 기획재정부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입법의 취지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실적으로 직면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IT서비스 업체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개정(안)과 관련해 단 한 차례의 설명회 혹은 공청회조차 전무했다”며 “해석과 적용이 불완전한 제도를 신설·시행하려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일방주의적 행태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획재정부가 입법 예고 기간 각각의 사업자 의견을 접수했지만 충분한 의견 개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T서비스 업계는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정보시스템 사업자가 정보 누출을 방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 개발에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검토나 고려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새 제도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사전에 해소해야 입법 취지와 실효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IT서비스 분야 한 교수는 “개념과 범위가 모호한 제도 시행은 자칫 입법 취지 및 실효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국가기관 및 관련 부처와 IT서비스·SW 기업은 물론이고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출해선 안 되는 정보의 개념과 범위를 구체화하고 사안의 경중 혹은 위법성의 차이 등에 따른 제재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기관의 정보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업계 모두 이견이 없는 만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정보’의 경중과 기준, 범위는 물론이고 제재 기간, 제재 수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부정당업자에 6개월간 입찰을 제한하는 제재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적지 않다. 일각에선 제제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국가기관 정보화 사업 평가가 소수점 이하로 수주업체가 결정되는 게 다반사인 만큼 벌점제 등을 적용,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업체의 경영활동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다.
공개적 논의와 검증이 IT서비스와 SW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업계 우려를 불식시킬 첫 단추인 셈이다.
김원배·정진욱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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