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디지털 미래 비전인 ‘디지털 브리튼(Digital Britain)’이 시행 초기서부터 여러 암초에 부딪혔다. 계획 자체가 목표를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실행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야권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가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찰스 황태자는 “농촌 지역의 수백만 가구들은 여전히 ‘초고속인터넷 사막(Broadband Desrert:서비스 미보급 지역)’에 놓여 있다”며 “이들을 방치한 디지털 브리튼 계획은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태자는 대신 농촌 지역 학교와 현지 의료기관, 자영업자들을 위한 초고속인터넷 보급 계획인 ‘비도심 실행 계획(Rural Action Plan)’을 10일(현지시각) 발표하고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줄일 수 있는 독자적인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왕실이 별도의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디지털 브리튼 계획을 추진할 동력이 될 자금 마련에도 넘어야할 산이 첩첩이다. 당초 영국 정부는 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2억파운드(약 3700억원), 초고속인터넷 보급 확대를 위해 1억7500만파운드(약 32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BBC 수신료를 일부 사용하는 방안과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세금을 걷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중 유선전화가입가구당 월 0.5파운드(약 900원)를 부과하는 방안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보수당들은 노동당 출신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지난 6월 이 안을 발표한 이후 비판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회 통과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텔레그라프 등 보수언론들도 “디지털 브리튼 계획은 값비싼 댓가를 치르면서도 대중적이지 못한 낡은 석회 반죽 같다”고 비판했다.
BT 등 사업자들이 추진하는 초고속인터넷 확산 계획도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BT는 디지털 브리튼 계획에 발맞춰 총 15억파운드(약 2조7700억원)를 들여 250만가구에 100Mbps급 속도의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해 FTTP(Fiber-to-the-Premise)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2012년까지 초고속인터넷 가입 가구를 1000만으로 늘리기 위해 40Mbps급의 FTTC(Fiber-to-the-Curb)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BT의 이 방안은 정부의 가입자 기반 확대를 위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나 가구에 광케이블이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실질적인 속도 구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초고속인터넷 비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심플리파이디지털의 찰리 폰손비 대표는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앞다퉈 가입자 확대 계획을 내놓았지만 BT와 버진모바일 등의 계획을 다 합해도 300만가구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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