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1960년대 말 그의 저서인 ‘단절의 시대’에서 다가올 미래를 과거의 이론이나 시나리오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상황이 보편화되는 시대를 예언했다.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현재의 세계는 자고 나면 바뀌는 격동의 시대가 됐고 기업은 이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돼버렸다.
현재의 기업은 생존을 위협하는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관리기법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것이 10여년 전부터 우리 기업에 적용되기 시작한 ‘사업연속성관리(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다. BCM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던 모건스탠리가 하루 만에 영업을 재개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미국 금융위기를 예언한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의 검은 백조 이론으로 주목을 받았다.
검은 백조 이론은 세상에는 하얀 백조만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검은 백조가 나타났을 때의 충격을 빗댄 것이다. 심각한 수준의 영향을 미치지만 예측하기 어렵고 실제로 잘 발생하지 않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BCM은 예기치 않은 각종 사고나 재난으로 사업이 중단됐을 때 핵심 기능을 한정된 시간 내에 재개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관리체계를 구축, 운영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영 전략이다.
삼성SDI 전지사업은 BCM 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계획을 수립해 지난 8월 전지사업 전반에 대한 BCM 체계를 구축하고 외부 인증을 취득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연속적 사업 수행을 위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했다. 또 전사적 훈련을 통해 계획을 검증하고 조직 내 리스크 대응 능력을 크게 강화했다.
BCM을 구축하는 과정은 조직을 이해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직의 이해 단계는 비즈니스와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단해서는 안 될 업무와 그 중단으로 인한 영향을 알아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요소가 시간 개념이다. 이를 통해 최장 중단 허용 시간과 목표재개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핵심업무들이 중단돼도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이 없는 최장 허용 시간을 확인하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수단(Plan B)을 식별하고 그 수단을 실행하는 목표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사업연속성 전략이다. 이 전략은 우선적으로 최장 중단 허용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을 세부적으로 수립하는 것이고, 부가적으로 리스크를 예방하는 전략까지 수립하면 더 우수한 전략이 될 것이다. 또 사업중단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부정적 인식의 확산을 방지하고 최적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추가된다.
이때 기존 리스크 관리체계의 재검토와 예방전략의 강화는 복잡한 공급망과 최적 생산 효율을 지향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그 다음 단계가 시간 순으로 책임과 역할을 정리한 최근 리스크 관리기법인 사업연속성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작성과 교육 훈련이다. 훈련을 통해 전략과 계획의 적합성을 검증하고 개선하며 임직원에게 완전히 체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부의 기존 경영체제와 조직문화에 내재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검은 백조가 출현해 기업들을 엄습하고 있다.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지 얼마나 잘 준비돼 있고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업연속성을 위해 잘 준비된 체계와 계획, 그리고 실질적인 수단에 기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
천정철 삼성SDI 전지사업부 상무 cheon@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