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 패션위크’.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신상’을 겨루는 자리에서 유독 비비언 탐의 패션쇼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껏 멋부린 옷차림으로 런웨이를 걷는 8등신 모델의 손에는 일제히 ‘디지털 클러치(Digital Clutch)’가 들려 있었다.
우아한 금색 바탕에 붉은 나비가 날아 오르는 클러치(크기가 작아 손에 쥘 수 있는 여성용 가방)의 정체는? 바로 HP의 10인치 넷북 ‘비비언 탐 스페셜 에디션’이다.
뉴욕 ‘패션 피플’들은 디지털 클러치가 비비언 탐의 스타일을 멋지게 완성했다는 평과 함께 패션과 디지털 기기를 재기 발랄하게 해석했다며 갈채를 보냈다.
화려한 조명과 늘씬한 모델들의 워킹으로 상징되는 런웨이(Runway)에도 ‘테크놀로지’가 속속 침투하고 있다. 로이터는 유명 패션브랜드가 ‘기술’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화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고급 패션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채널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옷을 알리는 기회를 준다. 비비언 탐은 디지털 클러치로 패션에 무관심한 ‘기기광(狂)’들에게도 화제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 폴로 랄프로렌은 애플의 앱스토어로 달려갔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폴로 랄프로렌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럭비 라인의 신제품 카탈로그를 구경하고 곧바로 구입할 수도 있다.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인 노마 카말리도 마찬가지다. 노마 카말리는 특히 아이폰 앱에 ‘구매 전에 입어 보기’라는 옵션을 뒀다. 바로 다음날 고객에게 옷을 보내줘 결제하기 전에 직접 입어볼 수도 있는 서비스로 고객들이 더 안심하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
카말리는 “앱스토어는 우리의 삶은 바꾼 기술”이라며 진출 이유를 밝혔다. 노마 카말리는 e베이와 월마트닷컴에도 단독 상품을 내놓는 등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에 열심이다.
패션위크 기간 동안 70개 브랜드의 패션쇼를 진행한 밀크스튜디오는 패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빌딩의 한쪽 벽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바꾸는 것을 계획 중이다. 마즈닥 라시 밀크스튜디오 창립자는 “소비자에게 패션을 알리는 길은 기술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남성복 브랜드 미구엘 앙투아네트, 여성복 디자이너 마크 바우어는 아예 가상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한 번 여는 데 수십만달러가 깨지는 패션쇼를 인터넷으로 대신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덤이다.
파슨스디자인대학의 시몬 콜린스 패션학과장은 “(디자이너가 유명세를 타기 위해) 재능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술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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