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3일 오후 2시 서울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시민들의 애도 속에 30년만에 국장(國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를 포함한 3부 요인, 한나라당 박희태,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 주요국 조문사절단 등 2만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영결식은 오후 1시 55분경 사회를 맡은 손 숙 전 환경부 장관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신 영구차가 입장하고 있다’는 안내에 따라 조악대의 조곡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가 영결식장에 서서히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운구차 앞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과 노벨평화상이 옮겨졌으며, 이제는 미망인이 된 이희호 여사가 흐느끼며 유족들과 함께 운구차를 뒤따랐다. 이어 국민의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 장의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인 약력보고,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의 조사,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한승수 총리는 조사에서 “오늘날 우리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IT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고인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대통령님이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민족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동지였던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은 애절한 추도사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박 이사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독재정권 아래에서 숨쉬기조차 힘들 때,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희망이었다”며 “과연 누가 산보다 우람한 거목이 떠나간 자리를 채울 수 있겠습니까”라며 망연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불교·기독교·원불교 4개 종단이 순서대로 각자 종교의 방법대로 장례의식을 엄숙히 집전했다. 다음에는 김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비롯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등 역사적인 고인의 행적을 담은 영상이 대형전광판에 5분간 상영됐다.
이후 유가족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전직 대통령, 고위 인사의 순으로 헌화가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를 하려는 순간 조문객 중 한 명이 “위선자”라고 외쳐 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운구 행렬은 오후 3시10분경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동교동 사저로 향했다. 동교동 사저에서 나온 운구행렬은 서대문, 광화문광장, 서울역을 거쳐 오후 5시경 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안장식을 가졌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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