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부품회사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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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대기업 CEO 가운데 다음 질문의 답에 해당하는 인물은? 첫째 그룹내 두개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고, 다시 성공적으로 합병시킨 이. 둘째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오전에는 서울서, 같은 날 오후에는 경북 구미에서 각각 정기주총 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재한 이.

 아마 허영호(57) LG이노텍 사장이 국내 대기업 CEO 중에서는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합병 LG이노텍 사령탑으로 또 한번 중책을 맡은 허 사장은 지난 33년간의 기업 생활을 이렇게 회상했다.

 “입사 당시만 해도 흑백 TV 시절이었고 전자 부품은 모두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던 때였습니다. 과연 우리가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꿈 같은 얘기였지요.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려왔는데 이제 부품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니, 말 그대로 감개무량입니다.”

 지난 1977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20년이상 TV에 몸 담았던 그는 지난 2000년 1월 LG마이크론 대표 이사로 발령나면서 부품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대우 사태로 경제계가 뒤숭숭하던 시절 LG마이크론이 640억원 규모의 대우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취임 직후 알게 된 사실이었다. 영문도 모른채 ‘위기’에 처한 그는 온 임직원들과 함께 1년을 고생했다. 비록 대우채의 절반은 회수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빚을 갚고 그해말에는 LG마이크론을 코스닥에 등록시키는데도 성공했다. 그런 그에게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임무가 주어졌다. 이듬해인 2001년 3월 LG이노텍의 부품사업본부장으로 전격 발령난 것이다. CEO 였다가 임원급으로 강등된 셈이었다.

 허 사장은 “1년간 생사고락을 같이 한 LG마이크론을 떠나는게 너무 아쉬웠다”면서 “언젠가 기회가 오면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직원들과 인사한 것이 결국 사실이 돼 버렸다”고 웃음 지었다. 마침내 지난해부터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대표를 겸임하게 된 것이다. 허 사장이 LG마이크론과 LG이노텍을 번갈아 오갔던 2000년대초만 해도 두 회사는 각각 매출액 3000억원 수준의 자그마한 부품 업체들이었다. 10년도 채 안돼 연매출 3조원을 웃도는 종합부품회사로 키워냈으니 ‘감개무량’할 법도 하다.

 이제 합병 회사로 출범한 LG이노텍의 수장으로서 허 사장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중이다. 일본 등 해외 유수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부품 회사로 거듭나는 일이다.

 그는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의 경우 제품 신뢰성이 관건이라고 확신, “LED 모듈을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 시험하기 위해 조만간 찜질방에서 테스트를 해 볼 것”이란다. 그룹내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해결사’로 유명한 그가 앞으로 LED 사업을 비롯해 합병 LG이노텍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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