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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음향 분야에서 토종 기술의 매운 맛을 보여 주겠습니다.”
박노영 디지파이 사장(51)이 디지털 음향 기술을 앞세워 세계로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음향 분야는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힘을 못 쓸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알려졌다.
“무선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무선 전송은 블루투스가 대세지만 디지파이는 ‘클리어(Kleer)’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클리어 칩을 기반한 제품은 블루투스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전력 소모량이 낮고 4개 리시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성이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오디오 비압축 방식이어서 뛰어난 음질 수준이 장점입니다.”
클리어 칩은 110암페어(mA) 배터리 기준으로 10시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시간 가량인 블루투스에 비해 두 배 정도 전력 소모량이 적다. 음질도 블루투스는 FM라디오 수준인 데 반해 클리어는 CD 수준 음질을 들려준다.
디지파이는 이미 클리어 칩을 사용한 무선 이어폰을 자체 개발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첫 모델인 ‘오페라 S1’에 이어 ‘S2’ 그리고 최근 출시한 ‘S5’ 모두 까다롭기로 소문만 애플에서 정식 인증을 받았다. 특히 S5는 150달러라는 프리미엄급 가격에도 영국 DIP 인터내셔널,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베스트바이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샘플 공급 후 한 달 만에 선주문만 8만대를 넘어섰다. 제품과 디자인을 대행해 주는 ODM 사업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파이어니어에 연간 200만달러, 데몬에 240만달러의 스피커와 헤드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모두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2003년 설립 이후 오직 디지털 음향 한 분야만 고집해 이룬 성과라고 봅니다.”
디지파이의 또 다른 전략 제품은 ‘초지향성 스피커’다. 음향 전문가도 다소 생소한 이 제품은 소리를 빛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해 주는 기술이다. 센서로 사람을 감지해 해당 공간에만 소리를 전해 준다. 가령 박물관에서 수많은 전시품이 있지만 해당 전시품에 앞에 서면 그 전시품을 관람하는 사람에만 맞춰 설명해 주는 식이다. 디지파이는 ‘소니캐스트’라는 브랜드로 이 제품을 영국 BBC방송국, 일본 나리타 공항에 설치했다.
사업 분야도 독특하지만 기업 운영 방식도 남다르다. 디지파이 인력은 불과 10여 명 안쪽이다. 핵심 기술 인력 중심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주 업체를 활용한다. 오페라와 소니캐스트도 사실상 8개 업체의 힘을 빌려 완성했다. 박노영 사장은 “디지파이는 제품 기획·개발 등 핵심 경쟁력만 갖춘 기술 기반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무선 음향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목표하고 있다”라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고상태기자 stk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