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0907/090728024119_2135911743_b.jpg)
수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이른바 명품 휴대폰의 운명이 불황 속에 흔들리고 있다고 27일 CNN이 보도했다.
수년 전부터 럭셔리폰이 휴대폰 업계의 틈새 신규 사업으로 급부상했지만 최근 소비 위축의 여파로 명품 라인을 아예 접거나 전략을 수정하는 사례가 줄줄이 등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초 모토로라는 럭셔리폰 라인인 ‘아이보리E18’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슬라이드를 2단계로 열 수 있는 독특한 기능으로 주목받았으며 약 300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적당한 이동통신사를 찾지 못하고 고전해 왔다. 모토로라는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덴마크 명품 오디오 업체인 뱅앤드올룹슨은 유럽에서 1500달러가 넘는 고가 휴대폰을 판매해왔으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철수했다.
외신은 모토로라의 이번 결정이 경기 침체로 틈새 시장을 노렸던 명품폰들이 기대 만큼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프라다·엠포리오 아르마니 등과 손을 잡았고 모토로라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렌즈를 장착한 2000달러짜리 ‘아우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노키아도 최저 6000달러 이상의 최고가 제품만을 취급한다는 고가폰 전문 업체 ‘버튜(Vertu)’를 설립,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까지 녹록지 않다.
아비 그린가트 커런트애널리시스 소비자기기 부문 조사국장은 “과시용으로 소비를 하는 문화는 변하고 있다”며 “명품폰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적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러시아 등의 경기가 악화된데다 럭셔리폰이 선전했던 신흥 시장에서도 부유층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폰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원인에 대해 전 노키아 디자인 총괄이자 현 버튜 대표인 프랑크 누오보는 “거대 시장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럭셔리폰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버튜와 같은 명품폰 특화 업체는 명품 보석 브랜드 ‘부쉐론’ 등과 협력 아래 아예 최고가의 제품만을 제작, 판매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누오보 대표는 “럭셔리폰도 고급 시계나 차와 다름없이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언제나 관심을 갖는 이들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내달 출시할 탄소섬유 소재의 ‘어센트티아이’는 980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