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대한민국’을 보는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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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이나 한강에 가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정수라와 정태춘이 각각 부른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다. 같은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지만, 어찌 이처럼 다를 수 있을까.

 1984년 가수 정수라는 ‘아, 대한민국’이라는 곡으로 당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정수라가 그린 대한민국은 이뤄진 현실보다 이뤄지지 못한 현실을 담았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언제나 자유로운 곳”이라는 노랫말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라고 부르지만, 그 시절 노래는 희망이기도 했다. 노래에는 1980년대 초반 경제불황을 뚫고 나가고자 집권 여당의 경제발전 논리가 담겨 있다. 올림픽을 앞둔 그 시기에 ‘아, 대한민국’은 어느 방송이나 행사 때마다 지겹도록 나왔다.

 하지만 당시의 현실은 노랫말처럼 아름답지 못했다. ‘은혜로운 이 땅’에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을 수 있을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 정치사회적으로는 불행했다. 그나마 통신과 전자산업 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이 일어나 우리 경제에 역동성을 불러일으켰다.

 1990년 정태춘이 나서 ‘아, 대한민국’을 부른다. 그의 대한민국은 6년 전 정수라의 그것과 다르다. 그는 대한민국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힘 없는 공순이들은 말고/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으로 노래한다.

 시민사회 운동권 사이에서 이 노래가 퍼지면서 1980년대 저유가를 토대로 한 대한민국의 성공스토리는 ‘가진 자, 있는 자’의 성과로 치부된다. IT 산업 발전이 이어지면서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디에도 없다. 농약을 먹고 자살하는 농민과 창녀, 백골단과 시민들의 대립만 있을 뿐이다. 분배 없는 성장의 허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두 노래에는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담겨 있다. 모두를 얻을 수 있는 땅으로, 우리 모두 만족하게 살지 못하는 땅으로 각각 묘사한다. 정수라의 대한민국에는 성장발전론이, 정태춘의 노래에는 기존 경제성장에 반발한 평등 분배론이 담겨 있다. 두 가지 시선은 해방 이후 현재 상황을 이야기할 때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핵심 틀이 됐다.

 지금도 변함없다. 2009년 여당은 성장발전을, 야당은 평등분배의 이데올로기에 여전히 빠져 있다. 여당이 미디어관련법을 통과시키면서 내세운 논리나, 야당이 반대하며 의원직 총사퇴라는 카드를 던진 논리도 매한가지다.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방침을 만드는 재계와 정부, 이를 반대하며 도정공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야당이 내세운 논리와 싸움 방식은 모두 동일하다. 바뀐 것이 있다면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시대로, 20세기에서 21세기로 역사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변할 때도 됐다. 사회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타협을 하지 않는,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뛰어나가는, 경제를 무시하는 정치권에 국민이 고별사를 남길 때가 됐다.

 김상룡 경제과학부장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