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통해 관련 3개 법안 강행 처리
18대 국회의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안이 결국 직권 상정돼 한나라당 의원들만의 표결처리를 거쳐 통과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22일 김형오 의장을 대신해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 3개 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 법안을 직권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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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격렬한 물리적 충돌 속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신문법은 재석의원 162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2표, 기권 10표로 통과됐다. 이어진 방송법은 투표를 종료하는 순간 재석의원이 145명으로 재적 과반을 넘지 못했으나, 곧바로 재투표를 하는 해프닝을 거쳐 찬성 151표 기권 3표로 통과됐다.
IPTV법은 161명 참석에 161명 찬성, 금융지주회사법은 165명 투표에 162명 찬성으로 각각 통과됐다.
이날 산회를 선포하기까지 법안 통과에는 대략 20분이 소요됐다. 통과된 수정 미디어법안은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지분 소유는 10%, △IPTV 종합편성 채널은 30% △보도전문 채널은 30%까지 각각 허용했다.
김형오 의장은 앞서 이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겼으며, 이 부의장은 국회 질서유지를 위해 경호권을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양당 의원들 간의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국회 경위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의장석 주변을 에워쌌다.
민주당은 이날 신문법 투표 과정에서 대리 투표가 있는 등 직권 상정과 표결처리가 ‘원천 무효’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의원직 총사퇴와 정권 퇴진 운동 등을 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투표까지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로 법안의 효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 관련 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1980년 언론기본법 구도가 정착된 이후 29년 만에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 및 종합편성 채널·보도전문 방송채널에 대한 진출 길이 열렸다.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로 ‘반쪽’ 법안이 됐지만 미디어 법안 통과로 미디어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미디어 간 융합에 기폭제가 마련됐으며 미디어도 신성장산업의 하나로 거듭날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원안에서 후퇴한 데다 실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맞물리면서 정부 여당이 기대한 만큼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미디어 시장에 자본이 집중되면서 방송의 공공성은 퇴색하고 여론 독과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어 순수 경제 논리로 가자고 주장하는 여당 측의 바람과 달리 당분간 정치·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미디어법이 야권의 반발속에 파행 통과되면서 출범 이후 줄곧 방통융합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방통위 업무 수행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회상황에 따라 변수는 있겠지만 이번 통과된 방송법? IPTV법 외에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파법 등 정부 입법안의 처리는 9월 국회(예산 국회)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