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도약대에 선 삼성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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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사진 찍기’라고 하면 꽤 고상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카메라는 집안의 가보로 장롱 속에 고이 감춰두는 물건이었다. 아버지만 만질 수 있어 아이들에게 주지도 않았다. 가족 나들이 때에나 아버지 목에 걸려 있었다. 당시 국민학교 때 적어내던 가정환경 조사서의 보유 품목으로 등장할 정도였다. 대개는 흑백 필름을 사용하던 일본 제품이다.

 지난 14일 올림푸스가 오는 27일 정식 발매에 앞서 사전 예약판매에 나선 디지털 카메라 ‘펜(E-P1)’이 불과 다섯 시간 만에 1000대가 모두 소진돼 화제가 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단 8분 만에 보유물량이 매진됐다고 한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첫선을 보이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라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규모는 100만대에 달한다. 전국 가구 수가 735만으로 디지털 카메라 내구 연한을 10년으로 봤을 때 이미 가구당 한 대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난 1981년 소니에서 처음으로 ‘마비카’라는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오늘날의 디지털 카메라를 상상할 수 없었다.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혁신성 외에는 화질에서 필름카메라보다 현저히 떨어져 큰 인기를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캐논·니콘 등 카메라 전문업체가 뛰어들며 기술 발전을 선도했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 화소 수 증가로 이제 500만화소는 기본이 됐고 1000만화소도 거뜬히 뛰어넘어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사진촬영 기술 격차를 좁혀 놓았다.

 카메라 기술 발전의 선구자는 당연 DSLR이었다. 처음 전문가들을 타깃으로 출시된 DSLR는 화소 수는 높아지면서 기능은 쉬워져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일반 사용자를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디지털카메라 대중화를 이끈 콤팩트 카메라도 성능 개선이 이어져 손떨림 보정은 물론이고 각 촬영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기능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가격 인하도 디카 보급에 큰 몫을 담당했다. 이제는 10만원대 디카까지 등장해 중·고등학생들에게 휴대폰·MP3 플레이어와 함께 3대 필수품의 하나가 됐다.

 지금 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일본 업체들이 주도한다. 오랜 광학기술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파워 기업군을 형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IT강국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곳이 삼성디지털이미징이다. 삼성은 국내 유일한 카메라 기업이다. 비록 아사히펜탁스와 기술 제휴로 제품을 생산하지만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독자적으로 진행하면서 생산제품의 88.4%를 수출하고 있다.

 ‘삼성이 하면 다릅니다’ 하는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비록 자동차에서는 실패했다고 하지만 휴대폰·TV·에어컨 등에 손대며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알린 기업이 삼성이다.

 이달 말이면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출범 6개월을 맞는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PMA 2009’에서 박상진 대표는 “2012년 글로벌 디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준비 기간은 충분하다. 이제 삼성디지털이미징도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됐다.

 홍승모 생활산업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