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인해 미국의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 나는 지난 2003년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할 당시 IT 거품이 꺼지면서 IT 시장이 위축돼 취업을 접고 귀국했다. 이후 대학원 공부를 위해 다시 미국에 온 뒤 공교롭게도 졸업시기에 맞춰 일이 터진 것이다. 기름값 절약을 위해 급격히 늘어난 캠퍼스의 자전거들을 보면 요즘 경기가 피부로 느껴진다.
학교에서 매학기 열리는 취업 박람회에 참가했지만 지난 봄학기만큼 썰렁한 취업 박람회는 처음이었다. 전자공학과와 전산학 전공자들은 그나마 지원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비주류’ 전공자들은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
나도 예년에는 십여곳에 지원을 해 몇 군데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세 곳밖에 지원을 하지 못했다. 자격요건에 ‘영주권자’ 또는 ‘박사학위자’라고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지원자들이 줄을 섰던 퀄컴은 아예 현장 인터뷰를 안 하고 이력서만 제출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뉴저지에서 열린 잡월드 취업 박람회에는 100개 이상의 회사들이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정작 행사 당일에는 20여개의 회사만 참석했다. 더욱이 대부분이 한국회사 또는 한국에 지사가 있는 미국회사였고 그나마 참석한 미국회사 중 인지도가 높은 AT&T도 단순 영업직을 뽑았다. 그리고 올해 4월 LA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잡월드 취업 박람회는 행사 자체가 취소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내 지인들은 “어차피 취업 박람회는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 취업은 인맥을 통해 된다”며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취직하기 가장 용이한 방법은 내부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수많은 중국인과 인도인들은 그들의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들을 추천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되니까 가능한 일이다.
신용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추천받은 사람이 기대에 못 미치면 추천자의 신용은 땅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나 추천하지 않는다. 이들에 비해 소수지만 재미 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의 주도로 미국 내 한인 기술자들의 커뮤니티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 젊은이들은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의 블로그 사이트를 많이 애용한다. 이 중 링크드인은 지난해 9월 이후 회원 수가 급증해 전 세계적으로 3700만명 이상 가입했으며 나도 최근 인적 네트워크 향상을 위해 가입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경기가 안 좋으면 학교로 돌아가는 인구가 증가하는데, 실제로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구직을 잠시 미루거나 퇴직으로 인해 MBA, 로스쿨, 박사과정 등에 입학한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은 ‘미국의 방송통신대’라 할 수 있는 피닉스대학 같은 기관에서 더욱 저렴한 학비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나의 지인 중 상당수가 박사과정으로 학업을 연장하고 싶었으나 미국인 지원자들에게 밀리거나 펀드 부족으로 인해 좌절을 겪고 있다. 구직 또한 여의치 않다.
하지만 젊음과 열정 앞에 불가능은 없다. 오늘도 힘들게 유혹과 외로움과 싸우며 밤낮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 유학생들의 건투를 빈다!
<>권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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