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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쯤이었던가. 인터넷 업계에 ‘광고를 보면 돈을 드립니다’는 기발한 카피가 떴다. 골드뱅크의 이 카피는 찬밥 신세였던 인터넷 광고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광고를 읽은 대가로 일정액을 지급하고 3만원 이상 적립되면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니 네티즌에게는 이익이 남는 일이었다. 골드뱅크는 사이트 개설 몇 년 만에 5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인터넷업계의 기린아가 됐다. 골드뱅크의 이 비즈니스 모델은 네티즌에게 ‘인터넷은 공짜’를 넘어 ‘인터넷은 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까지 했다.
#1999년 새롬기술은 세계 최초로 ‘다이얼패드’라는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를 출시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역시 광고를 보면 해외에 있는 지인과도 무료 통화를 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새롬기술은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에 주가 30만8000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황제주로 부상했다. 새롬기술은 당시 한글과컴퓨터·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인터넷 3인방으로 코스닥 시장을 호령했다. 다이얼패드는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보급이 확산되지 못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전화는 꽃이 활짝 폈다.
세상은 인터넷 시대를 지나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로 간다. 기존의 인터넷·통신 기반에 전력·에너지가 결합한 스마트그리드 시대에 진입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주 이탈리아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선정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무료’라는 아이디어가 인터넷 보급을 빠르게 보급시켰듯이 스마트그리드를 앞세운 디지털 에너지 세상에서도 ‘무료’라는 마케팅 수단은 통할 것 같다.
그 핵심은 전기자동차다. 전기자동차는 스마트그리드 세상의 핵심 단말이자 하나의 패킷(정보) 역할을 하게 된다. 전기자동차 한 대면 하루 동안 5가구의 불을 밝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자동차는 움직이는 소형 발전소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웬만한 빌딩 하나 정도는 전기공급이 끊겨도 전기자동차 몇 대만 연결하면 응급 상황을 면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가 주차장에 있을 때 전력선에 연결하면 수조원에 해당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마찬가지로 전기자동차를 클라우드 에너지망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는 스마트그리드 세상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다. 전기자동차에 ‘무료’라는 개념을 대입하면 간단하다. 우리나라에는 1700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한 대당 하루에 한 시간씩 운행한다는 가정을 하면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연간 연료비(휘발유·경유 등)는 대략 273만원이고 하루 연료비는 7400원가량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기요금이 휘발유의 10분의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27만원이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쇼핑고객을 대상으로 주차비를 제공하듯 전기 충전소 등과 제휴해 무료충전 서비스가 가능하다. 비용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소비자는 사소한 부분에서 감동한다. 머지않아 개인의 구매력에 따라 전기자동차를 공짜로 운행하는 모습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한 시간 쇼핑이면 전기자동차 전기요금 ‘제로(0)’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문정 그린오션 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