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는 멋 모르게, 스무 살 때는 아기자기하게, 서른 살 때는 눈 코 뜰 새 없이, 마흔 살 때는 서로 못 버려서 산단다. 쉰 살 때는 서로가 가여워서, 예순 살 때는 서로 고마워서, 일흔 살 때는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고 한다. 가족은 내로라할 만한 명분이 있어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니다. 그놈의 정 때문에 산다. 정에는 고운 정도 있지만 미운 정도 있다. 정이란 서서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생기는 마음이다. 그의 좋은 점만이 아니라 나쁜 점까지 자연스럽게 끌어안는 게 정이다.
정은 사랑보다 더 깊다. 가족 사이에는 뜨거운 사랑보다 무덤덤한 정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 남편은 아내의 요란한 잔소리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정 때문에 참아주고, 아내는 남편의 요란한 코골이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정 때문에 견뎌낸다. 딸은 아빠의 술주정을 정겹게 들어주고, 아들은 엄마의 푸념을 정성스레 들어준다. 없어서 죽고 못 사는 사랑은 아니지만 끊을 수 없는 유대감은 오랜 세월을 지탱하게 한다.
정은 ‘사랑+세월’이다. 3년을 사귄 애인보다 오늘 처음 만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사랑은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올 수 있다. 하지만 정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함께 지낸 세월만큼 대가를 치르고 오는 것이 정이다. 정은 적당한 거리감과 독립심을 필요로 한다. 사랑이 소유와 애착이라면 정은 내려놓음과 받아들임에 더 가깝다. 다른 집 배우자보다 못한 내 배우자, 다른 집 아이들보다 못난 내 아이들, 다른 집 부모보다 없는 내 부모일지라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쌓인다. ‘사랑’이 상황에 따라 바뀌고 불안정하다면 ‘정’은 상황과 상관없이 끈끈하게 지속된다. 나의 가족과 쌓은 정을 등한시하지 말고 중요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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