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심 물길에 막힌 우편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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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민이 이용하는 중앙정부 소관 우편·물류서비스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 물길 내기 ‘중학천’ 조성 사업에 가로막힐 지경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첫 삽을 떠 연내에 물길을 낸다는 ‘공기(工期)’ 논리만 앞세워 우편·물류서비스 주무처인 우정사업본부와의 충분한 협의 기간도 없이 막무가내로 공사를 시작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와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지난달 30일 공사 울타리를 치고 땅을 파기 시작한 곳은 하루에도 16번씩 5톤 대형 우편차량이 드나드는 광화문우체국 옆길이다. 광화문우체국은 하루에 우편·소포 접수만 12만통에 20만통의 배달이 이뤄지는 서울시내에서 가장 중요한 물류 허브다. 이 길에 중학천 물길이 나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폭은 5.4m가 된다. 회전하는 데 최소 7m는 있어야 하는 5톤 트럭이 드나들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서울시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곳의 물류 거점을 다른 곳으로 옮길 만한 시간을 줬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정사업본부와 광화문우체국은 지난 6월 19일 서울시로부터 통보를 받고, 11일 뒤 공사를 시작하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봤을 뿐이다.

 5톤 트럭이 들어올 수 없게 되면 더 작은 차가 여러 번 다녀야 한다. 국민에게 제공되는 배달서비스는 시간이든, 비용이든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한쪽에서는 물길을 내고, 한쪽에서는 더 많은 엔진이 돌아야하는 ‘반녹색’ 상황이 벌이진다.

 서울 시민에게 도심 속의 쾌적한 쉼터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국민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서비스가 혹여 지장을 받지나 않을지 살피는 것이 도리다. 일을 하는 기관끼리 협조함으로써 국민 생활에 미치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공기보다 더 중요하다.

 전·현직 서울 시장이 서울 한복판에 ‘물길’을 내는 것도 닮은 꼴이지만 일하는 방식조차 무작정 쫓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신성장산업부=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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