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사이버대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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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실 세계의 두 초강대국이 사이버 대국을 주창하며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의 최근 움직임에 시선이 가는 것은 방어가 아닌 공세적 모드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중국이 특히 그렇다. 중국은 지난 1997년 인민해방군 내에 사이버 해커부대를 창설한 이후 사이버 세계 제패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어로 해커는 ‘헤이커(黑客)’다. 의미심장한 용어다. 아무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정보를 빼오거나 시스템을 파괴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발 더 나아가 얼마 전에는 ‘훙커(紅客)’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색(紅)이다. 헤이커가 아닌 사이버전사를 의미한다. 중국의 야욕이 드러난 단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훙커는 이미 인도네시아 정부 홈페이지를 해킹한 것을 비롯해 미 백악관 해킹, 일본 사이트 대규모 해킹 등 굵직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부의 전산망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해킹했다는 활약상도 전해진다.

 세계 유력지들은 한술 더 떠 중국 해커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무력화하고 인공위성까지 마음대로 컨트롤할 상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미국·영국·러시아·일본·한국을 넘어 사이버세계를 완전히 지배하겠다는 청사진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을 의식한 미국의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은 이미 방어를 넘어 선제공격안을 포함한 공세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이른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논리다.

 겉으로는 자국 정부나 기업의 인터넷에 침투해 기밀정보를 빼내거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해외 인터넷서버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필요에 따라서’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타국 정부의 인터넷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더욱 시사적인 것은 미 국방부가 비밀리에 가상의 미래 인터넷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망이나 통신·항공·철도·의료·국방·금융망이 무력화됐을 때를 대비해서다.

 내셔널 사이버 레인지(NCR)로 불리는 이 계획에는 영국과 미국 유수의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0억달러에 달하는 사이버 관련 예산을 더 늘릴 방침이다. 백악관에 사이버보안을 총괄하는 책임자도 둘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아예 사이버대전을 수행할 사이버사령부 창설을 공식화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정부는 이제서야 사이버안보체계를 구축한다고 호들갑이다. 그것도 연말에나 관계기관별 전략 수립에 들어간다고 한다.

 사이버안보 보좌관 신설도 없던 것이 됐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러면서도 사이버안보를 위한 예산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정부 공공기관 전체 IT예산 중 정보보호 예산이 5% 이상인 곳은 53%에 불과하다. ‘삽질경제’가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아예 IT예산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바야흐로 세계 각국은 사이버대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커 10만 양병설이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우리만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다. 아직은 선언적 수준에 불과한 사이버안보체계 구축계획 역시 늦어도 한참 늦었다. <정보미디어부 박승정부장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