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사랑은 이별하기 전까지는 그 깊이를 알지 못한다더니 떠나시고 나니 절실하다. 100번을 말해도 몰랐던 상실감이 단 한 번 겪고 나니 절절하다. 부모는 집처럼 언제나 거기, 아이들은 소파처럼 늘 그자리에, 남편은 시계처럼 한결같이 그 흐름으로 움직일 줄 알았다. 빈자리가 있어야 빈자리를 깨닫다니 어리석다.
고양이 덕은 알아도 며느리 덕은 모른단다. 뜻밖에 쥐 잡아주는 고양이 덕은 알아도 매일 부모 공양하는 며느리 덕은 모르는 것이다. 늘 곁에서 함께하면 그 존재감도 잊고, 고마움도 놓치는 때가 많다. 가족도 그렇다. 늘 함께하면서도 그 소중함과 감사함을 잘 모른다. 남에게는 불필요한 신경을 쓰고 안부를 묻고 선물을 하면서도 가족에겐 ‘알지?’라는 말 한마디로 넘어간다. 내게 가장 필요한 존재지만 가장 편하게 대하는 만만한 상대다.
원고를 쓸 때는 수백번 고치고 다시 매만지면서도 가족에겐 대충 훑어보고 대강 적어준다. 내가 가족에게 하는 모습을 그린다면, 지우개로 다 지워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제일 건성으로 대하고 있다.
가정은 자신의 든든한 발판이자 나를 지키는 바리케이드고 버팀목이다. 그런만큼 잘 가꾸고 잘 챙겨야 한다. 아무리 가정이 에너지 충전소일지라도 관리되지 않은 충전소는 머지않아 방전된다. 가장 쉬운 사이 같지만 뜻밖에 병이 깊을 수 있다. 가족에게 양적 시간의 자양분을 뿌리고 정서적으로 교감하자. 하루 세 번 양치질하듯 두 눈을 보고 하루 열 번 손을 씻듯 마음을 나누자. 내가 가족을 필요로 할 때 내 곁에 없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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