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성장 전망 `-1%대` 잇따라..대세되나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마이너스’권이지만 올해 초만 해도 -3%~-4%대의 역성장할 것으로 우려했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1%대’ 성장 전망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도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을 줄 리스크 요인들이 적지 않은 만큼 성급한 낙관론을 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 해외시각 급개선 추세…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4월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7개 해외 주요 IB의 성장전망치는 지난 3월 평균 -4.0%에서 이번 달 -2.5%로 불과 한 분기 만에 1.5%포인트 상향 됐다.

모건스탠리가 -2.8%에서 -1.8%로 올려 잡은 것을 비롯해 씨티그룹(-4.8%→-2.0%)과 JP모건(-2.5%→-2.0%), 골드만삭스(-4.5%→-3.0%), UBS(-5.0%→-3.4%), 도이치방크(-4.0%→-2.9%), 크레디트스위스(-4.1%→-2.2%) 등이 전망치를 높였다.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된 점이 성장률 전망치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기선행지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이미 바닥을 치고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 것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자 3월 초 성장률을 기존 -1%에서 -4.5%로 대폭 하향 조정한 골드만삭스는 서둘러 -3.0%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다.

해외 IB들의 전망치가 글로벌 투자자금 움직임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으로의 자금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의 이동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많이 확대했기에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겠지만, 재외 IB들의 성장률 조정이 어느 정도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상 선진국에서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난다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1%대’ 전망도 속속 등장…해외 IB들의 성장률 전망치 수정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1%대’를 전망한 모건스탠리다. 대우증권이 연간 -1.7%의 성장률을 예상한 것을 포함해 삼성증권(-1.9%), NH투자증권(-1%) 등의 국내 증권사들이 -1%대 성장률을 점치긴 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가운데 -1%대를 제시한 것은 모건스탠리가 처음이다. 이는 한국은행(-2.4%)과 한국개발연구원(-2.3%), 삼성경제연구소(-2.4%), LG경제연구원(-2.1%), 현대경제연구원(-2.2%)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이 -2%대 초반의 연간 성장률을 예상한 것과 비교해서도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한국이 기술적으로 경기침체를 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분기에는 그러한 개선 추세가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음 달 말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좋게 나온다면 ‘-1%대’ 성장률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2%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의 전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내달 2분기 GDP가 우려보다 매우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되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위험요인 산재…아직은 신중론 우세 해외 IB들이 우리 경제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하반기에 잠재적인 어려움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에 치우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상반기에 집중돼 하반기에는 재정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세계 경제, 특히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의 금융 불안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급증, 자산시장이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과도한 유동성과 자산 거품, 인플레이션 부담 등으로 한국은행이 조만간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중 1.0~1.5%포인트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경제가 하반기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4분기에는 재정지출의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모멘텀은 한풀 꺾일 수 있다”며 “국제유가 급등,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 등이 경기 회복세를 막는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종우 이코노미스트는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상반기에는 자동차 구매 등 소비가 많았지만, 다음 달부터 인하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에 3분기 소비는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3분기 성장률은 기대보다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