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 넥스트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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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하면 하얀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가 동그란 웨이퍼를 들어 보이는 모습이 익숙하다. 하지만 제조 설비가 없는 반도체 회사가 있다. 바로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팹리스 회사는 웨이퍼상에 구현되는 전자회로에 대한 기획, 설계, 검증 그리고 제품에 대한 기술 지원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넥스트칩(대표 김경수)은 국내 수 많은 팹리스 기업 중 하나다. 국내 팹리스 산업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듣지만 이 회사는 다르다. CCTV나 디지털비디오레코딩(DVR) 장비와 같은 영상보안 장비에 쓰이는 영상처리 반도체 사업에 주력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이다.

 ◇‘시장의 변화를 앞서 읽다’=1990년대는 VCR의 비디오 테이프에 감시 영상을 저장하던 아날로그 기반의 CCTV 시스템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당시의 영상보안 시스템은 고가의 FPGA칩을 여러 개 사용해 시스템을 꾸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시스템 구성이 복잡하고 고비용이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넥스트칩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 제품의 단점을 해결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넥스트칩은 FPGA칩을 대신할 영상신호처리 전용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1998년, 마침내 세계 최초의 비디오 컨트롤러를 개발해냈다.

 영상보안 시장에 첫발을 디딘 넥스트칩은 한 발 더 나아가 2003년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력의 한계로 개발하지 못했던 비디오 디코더와 카메라 ISP까지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DVR뿐만 아니라 CCTV 카메라에 이르는 영상신호처리 분야의 라인업 구축 전략을 차근차근 시행해 나간 것이다.

 ◇달콤한 성공, 찾아온 시련=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대부분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멀티미디어 칩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영상보안 시장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꾸준히 개척하면서 넥스트칩은 2004년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 대외적으로도 큰 성장을 했다. 또 2005년 전자부품기술대상에서 ‘국무총리상’, 2006년에는 같은 행사에서 ‘산자부장관상’, 2007년 역시 같은 행사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공인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욕심이 생겼다. 자신감이 앞선 탓인 지, 성급한 사업 확대를 추진한 것이다. 김경수 사장은 “더 큰 시장으로 빨리 나아가고 싶어서 소비자 영상가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면서 “국내 대기업의 요청으로 시작했는데 대기업의 양산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을 접었고 그러면서 영상보안용 제품 개발에도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지던 연평균 35.3%의 매출성장은 2007년 멈췄다. 매출이 2006년과 다를 바 없게 된 것이다. 제품 개발 전략 상 판단 미스에 따른 아픔이었다.

 ◇‘다시 도전, 그러나 신중히’=이후 넥스트칩은 개발 로드맵에 맞는 적기 출시에 집중하며 다시 성장 추세를 이어갔다. 2008년 전년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291억원의 매출로 국내 동종 업계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넥스트칩의 전략은 이제 확고하다. ‘연구개발’이다.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회사의 생존 방법은 고유 영역에서 최고의 IP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넥스트칩은 CCTV 카메라뿐 만 아니라 DVR에 소요되는 필수 IP(설계 재산)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영상을 담는 CCD센서, 이미지 처리용 카메라 ISP, 디지털 신호 변환용 비디오 디코더, 화면 구성을 위한 비디오 컨트롤러, 영상신호 압축용 비디오 코덱 등이 주요 기술이다. 영상보안용 시스템반도체 회사는 보통 이러한 기술 한 두 개로 사업을 영위하는데 넥스트칩은 개별 기술 모두를 갖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최근 넥스트칩은 터치센서를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으로 천명하여 신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영상보안 시장에서 진입장벽 높은 독자 기술을 발판으로 안정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한 후 또 한번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터치센서 사업은 까다로운 아날로그 설계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진입하기 쉽지 않지만 제품의 디자인 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서 성장성이 매우 큰 분야다. 넥스트칩의 새로운 사업분야 진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회사의 성장 속도를 빨리 할 수 있는 큰 발판이 될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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