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인도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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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탐사선 ‘찬드리얀 1호’를 쏘아올려 세계적인 관심을 끈 기관이 인도의 항공우주연구기관 이스로(ISRO)다. 이 기관은 인도 IT의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남부 벵갈루루에 있다.

 벵갈루루는 12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지만 아직까지 교통신호등도 없다. 도로는 빵빵거리는 차량들로 밤낮 없이 붐빈다.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사람이 많다는 것’과 ‘어수선하다’는 것에 정신을 놓기 십상이다. 적어도 겉모습은 그렇다.

 인도는 또 워낙 땅이 넓어 여러 민족이 같이 산다. 분쟁도 많을 수밖에 없고 테러 또한 간혹 발생한다. 인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13억명이나 된다. 남방계열은 피부가 다소 검은 편이고, 북방으로 갈수록 뽀얀 피부를 드러낼 만큼 면적이 넓긴 넓다.

 이러한 인도가 오는 2050년이 되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1위던 미국은 중국에 자리를 넘겨주고, 3위로 밀릴 것이라는 것. 연 7%의 경제성장 속도를 감안한 분석 결과다.

 최근 ISRO 방문차 인도를 찾아 네 번 놀랐다. 처음 마주친 것이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다.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섭기까지 하다. 두 번째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가 위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벵갈루루는 도로변 곳곳에 건축 자재가 즐비하고, 올라가는 건축물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도시 자체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읽힌다. 10년 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가 그랬다.

 세 번째는 과학기술에의 투자였다. 과학기술자의 처우가 일반인 연봉에 비해 2∼10배 많다. 사람이 많다 보니 ISRO의 입사 경쟁률도 엄청나다. 15만 대 1이나 되는 일도 최근 발생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은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경쟁력의 뿌리다.

 인도에선 자녀를 이공계, 특히 IT 분야에 보내려고 애를 쓴다. 한꺼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도 많을 뿐만 아니라, 사고사일 때 아내나 아들에 대물림이 가능한 이공계 공무원으로 갈 수 있는 길도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놀란 것이 인도의 정신이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모한다스 간디와 인도 원자력 개발의 아버지인 호미 바바 박사,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칼람 전 대통령 등 인도인이 존경하는 인물들에서 인도의 저력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한국을 찾았던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은 정치보다는 경제, 특히 IT 육성에 공을 들인 인물로 이름이 높지만, 이와 별개로 청렴하기로 더 유명하다. 현지에서의 대단한 명망은 핵폭탄을 만들다 국민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이 된 뒤 임기를 채우고 돌아갈 때 달랑 가방 2개와 옷가지만을 들고 대통령궁을 나간 것으로 대변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퇴임 뒤 구설수에 오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도의 우주 발사체와 위성의 기반은 바로 물질이 아니라 인도의 이러한 정신이다. 인도의 우주 관련 정책 및 기술개발 기관은 요새처럼 출입문을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을 정도로 삼엄하지만 그들의 정신만큼은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훔쳐서라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전국취재팀장=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