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보유액 3000억달러로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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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을 3000억달러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발할지 모르는 금융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2267억7000만달러로 4월 말보다 142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수출흑자 추세를 유지한다면 하반기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3월의 2642억5000만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도 이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한숨을 돌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3개월간 252억3000만달러 급증했지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규모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정할 때 기존에는 경상거래에 자본거래만 포함했지만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렇게 계산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가 조금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적정 외환보유액을 굳이 계산하자면 ‘3000억달러+ a’가 된다”면서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60%)과 환란·금융위기를 경험한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은 많을수록 좋다”며 “우리나라가 대외 충격에 노출된 소규모 개방경제고 안보가 불안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데 3000억달러 안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인위적인 외환보유액 확충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은 기업 입장에서 환율 안정을 바라는 심리가 담겨 있겠지만 부작용을 감수해 가면서 외환보유액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보유액이 향후 무역수지 흑자·국제금융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기상황에 대처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인위적으로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늘리면 환율조작국이라는 지적과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 IMF와 학계 등이 여러 견해를 제시하고 있으며 단일화된 지표는 없다는 주장을 편다.

 손병두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외환 적정보유액 수준에 대해 다양한 기준을 정책 참고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나 특정 견해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