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경기 기지개 켠다

전자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전체 경기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전자제품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확실한 저점 여부를 아직 알 수 없지만 2분기로 접어들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청신호가 곳곳에서 켜졌다. 간판 기업들의 ‘깜짝 실적’이 이어지고 가전 유통 시장 등을 중심으로 실물 경기도 서서히 살아났다. 일부는 전자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지난 1분기 소비심리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가전 시장은 2분기로 접어들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이달 들어 에어컨·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에어컨·디지털TV·냉장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가량 성장했다. 특히 프리미엄급 신제품이 판매를 견인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LG전자 역시 1분기 가전 판매량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평판TV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 에어컨은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20%가량 증가했다.

 유통업체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이마트는 이달 들어 가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컴퓨터 15%, 평판TV·에어컨이 10%, 냉장고가 7% 이상 판매량 증가를 보였다. 이 회사 문주석 팀장은 “4, 5월이 이사·혼수 특수가 있는 계절이며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서 예년에 비해 에어컨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도 에어컨이 이달 초 대비 20% 이상 늘었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10% 이상의 매출이 신장했다.

 지난주 일제히 발표한 간판 기업의 눈부신 실적도 경기 ‘바닥론’에 무게를 실어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 어려운 여건에도 올해 1분기 시장 예측을 훨씬 뛰어 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으로 작년 4분기(7400억원 적자)보다 1조2100억원 늘어난 영업이익 4700억원을 달성해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은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6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LG전자도 환율 효과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1분기 매출 12조8530억원, 영업이익 4556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삼성과 LG전자는 2분기에도 1분기 못지않은 실적을 기대한다고 언급해 IT경기가 점차 청신호로 바뀌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추락하던 D램과 디스플레이 가격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월 전체 LCD 패널 매출액은 2월에 비해 31% 증가한 42억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LCD 매출액이 4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작년 11월 40억71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4개월 만이다. 메모리 가격도 마찬가지다. 16기가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 3월 개당 3.25달러에 달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 상무는 “확실하게 바닥을 쳤다고는 자신할 수 없지만 바닥에 가까이 온 건 사실” 이라며 “앞으로 과제는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느냐, 즉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강병준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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