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그린` 판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현 정부의 최대 정책기조로 강력 추진되면서 짝퉁 그린이 판친다. 녹색뉴딜에 몰린 정부 예산 따먹기와 주가 부양성 사업 남발, 그린산업에 투자되지 않는 녹색펀드 등으로 경쟁력 있는 녹색산업은 정작 자금난에 허덕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22일 IT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요즘 녹색성장을 많이 얘기하다 보니 녹색하고 관계없는 데도 녹색을 붙이는 기업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녹색성장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히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발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각 지자체의 지원금은 계속 투입된다. 실제로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바람이 일정치 않아 전체 풍력발전량이 들쭉날쭉하다. 2007년 1월 1일 오전 1시 국내 풍력발전 총생산량은 29㎿였는데, 같은 날 오후 9시 생산량은 1㎿에도 못 미쳤다. 20시간 사이에 29배 이상 차이가 나 안정적인 발전이 불가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풍력발전기의 기술적 특성상 바람의 세기가 초속 4m 이하여도, 25m 보다 커도 발전이 안 된다”며 “이는 풍질차가 큰 국내 여건을 고려시 매우 심각한 단점”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현재 232㎿ 규모의 풍력발전량을 2020년까지 2000㎿로 늘릴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자원개발업을 기존 업종에 추가한 기업이 100여곳에 달한다. 코어세스를 비롯해 한성엘컴텍·로만손·싸이더스·키움증권 등도 최근 자원개발업을 추가한 코스닥 업체지만 이후 이렇다할 실적을 내놓지 못한다.

 금융가의 유행어가 돼버린 ‘녹색펀드’ 역시 무늬만 그린이다. 미래에셋 녹색성장 증권 투자신탁1호를 비롯해 하이 그린 퓨쳐 증권자투자신탁1호, 산은 그린코리아 증권투자신탁제1호, 트러스톤 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 등은 모두 구체적 투자기준 없이 기존 ‘사회책임투자(SRI)펀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SRI펀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구성 비중이 높아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이가 없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 그린 퓨쳐 펀드’는 녹색 성장의 개념을 광의로 해석, 투자자산 범위를 넓혀놨다.

 정창덕 고려대 교수는 “지금 국내 녹색시장은 10년전 IT버블 때와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다”며 “녹색성장의 기본 흐름은 분명 옳지만, 여기에 돈이 몰리고 투기심리까지 가세한다면 국내 그린산업은 순식간에 ‘투기판’으로 전락한다”고 우려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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