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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석유가 고갈되면 인류의 삶은 어떻게 될까?’ 석유가 고갈되면 우선 모든 교통수단이 멈출 것이다. 자동차와 기차는 물론이고 비행기와 배도 운행을 멈추고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될 것이다. 당연히 인류 문명 간의 교류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전기자동차나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 특수자동차는 극히 일부 부유한 사람이 타는 전유물이 될 것이다. 이렇듯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이와 같은 인간 사회의 단절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바로 가상사회다.
가상세계란 소프트웨어로 인간이 상상하거나, 체험하고 있는 환경이나 세계를 재현해 놓은 가공의 공간을 말한다. 가상세계는 허구지만 실제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실제로 구동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제공돼 또 다른 삶을 영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상세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세컨드라이프를 시작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가상세계는 그 자체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나 기술과 융합해 더욱 강력한 산업으로 성장 가능하다. 가상세계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금융기관에 이르는 모든 산업과 온라인 비즈니스와의 접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기존에는 광고나 제휴 마케팅 등 지극히 제한적으로 IT와 접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상세계는 현실 기업들이 전면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 IT의 등장 이후 제조업 등과 같은 타 산업과의 융합으로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했던 것처럼 가상세계의 발전 역시 유사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가상사회를 현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현실 비즈니스와 가상 비즈니스의 융합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가상세계는 비즈니스 영역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역에서도 다른 산업과 융합해 큰 파급이 가능하다. 교육 분야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 구축 및 공교육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가상세계를 통한 디지털 교과서의 제공으로 기존 제작돼 있는 디지털 교과서를 가상세계에 적용해 가상세계 강의실에서 원격 교육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은 학습자의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고 현재 디지털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인 활용 가능한 콘텐츠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관광 분야에서는 가상세계 속 온라인 관광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 해외 사용자는 한국의 가상세계에 접속해 한국인의 삶과 문화, 음식 등을 두루 구경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상 사회 서비스는 다양한 기술적 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CG는 물론이고 물리 엔진, 인공지능,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서버와 네트워크 기술, 광역 3D 모델링, 2D와 3D의 혼합기술 등은 가상사회가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융합형 기술이다. 따라서 가상사회 비즈니스는 융합형 콘텐츠와 기술적 발전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스스로를 IT 강국, 디지털콘텐츠 강국이라 부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더 이상 디지털콘텐츠 강국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디지털콘텐츠는 해외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SNS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싸이월드는 해외에서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에 밀려 실패를 거듭했고, 국내의 최고 검색포털인 NHN 또한 해외에서는 구글이나 야후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현재 가상세계는 아직까지 글로벌 지배적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고 각국, 기업별로 각기 다른 플랫폼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는 조만간 가상세계별 통합과 표준화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현재 문화부가 추진 중인 가상세계 구축은 글로벌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가상사회 비즈니스에서는 싸이월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jhwi@cau.ac.kr